"토허제 적용 안돼"…콧대 꺾였던 보류지·경매 몸값 '껑충' [돈앤톡]

2 days ago 5

보류지 토지거래허가제 실거주 '예외'
매각 앞둔 강남 3구 재건축 조합
"실거주 의무 없으니 가격 높여야"
강남 아파트 경매도 낙찰가율 '125%'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해당 지역 보류지와 경매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보류지를 구매하거나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입주가 예정된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가 이달 보류지 매각에 나선다. 전용면적 84㎡ 1가구와 전용 59㎡ 18가구 등 29가구가 계획됐다. 조합은 이달 대의원회의와 총회를 거쳐 매각 방식과 가격을 정한 뒤 공고할 방침이다.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이다. 전체 가구의 1% 이내에서 보류지를 정한다. 조합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데, 통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데다 청약 제한도 없어 재건축 시장의 '틈새 매물'로 불렸다.

메이플자이 보류지는 공개경쟁 최고가 입찰 형식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최저입찰가는 전용 59㎡ 기준 33억원 수준으로 논의됐지만, 최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맞물리면서 35억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상향 조정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을 발표하면서 보류지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보류지 판매 수익이 조합원 분담금으로 이어지는 탓에 조합장이 가격을 낮추자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 내 아파트를 거래하려면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고,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그렇기에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차단된다.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하지만 보류지 매각은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약 후 세입자를 구해 전세를 낀 채로 잔금을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다. 보류지 몸값이 높아지면서 메이플자이를 비롯해 강남구 '청담르엘',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도 매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가 유찰을 겪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도 재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 아파트 조합은 지난해 9월 보류지 3가구를 시장에 내놨지만, 최저입찰가가 전용 59㎡는 35억원, 전용 107㎡는 58억원에 달해 모두 유찰됐다. 다만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현재는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류지와 마찬가지로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매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감정가 25억4000만원이던 송파구 잠실동 '우성' 전용 143㎡는 전날 응찰자가 27명 몰린 끝에 31억7640만원에 낙찰됐다.

통상 경매는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91.8%에 그쳤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낙찰가율이 125%에 달한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경매는 실거주 의무가 없고 자금 소명도 필요치 않다는 장점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1차' 전용 106㎡도 실거래가보다 1억5000만원 높은 39억원에 낙찰됐다.

이달도 이날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를 시작으로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등이 경매 시장에 오른다. 감정가는 각각 51억원, 35억원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류지 매각과 경매 모두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 실수요자 진입 장벽은 높은 편"이라며 "보류지는 계약금부터 잔금까지 내는 기간이 3개월 정도에 그치고 경매도 낙찰부터 대금 납부까지 기간이 통상 45일 수준이라 자금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