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중 관세 딜레마
NYT "생필품 다수 중국산"
대체공급처 찾기 어려워
中매체 "월마트 등 소매업체
관세 감수 中상품 배송 재개"
베선트 "고율관세 지속불가"
미중 협상·타협론에 힘실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145%에 이르는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에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가정용품 등 주요 물품들이 대부분 중국산인 데다 애플 아이폰 등 미국 핵심 수출품 역시 중국에서 생산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생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미국 가정용 수입품 중 중국산 비율을 분석한 결과 "중국산 없이 미국 가정을 꾸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가정용 필수품들이 대부분 중국산이어서 중국산에 고율의 관세가 부여되면 미국인들은 집 안을 각종 용품들로 채울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정용품 중 특히 주방용품의 중국산 비율이 높았다. 토스터기는 전체 수입품 가운데 중국산 비율이 무려 99%에 달했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90%) 믹서기(83%) 냄비(82%) 접시(80%) 가위(79%) 등도 상당수 중국산이었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사례가 많아 대중국 관세 부과의 타격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여전히 저렴한 데다 인력 수 측면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구상과 맞지 않는다. 중국을 중심으로 인력과 공급망이 구축돼 있어 미국의 대중 의존도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앤디 차이 미 샌타클래라대 정보시스템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처음에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중국을) 찾았지만 이제는 중국에 구축된 생태계 탓에 떠날 수 없게 됐다"며 "미국에서는 중국처럼 30만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일하는 공장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 부담은 실제로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28일 홍콩명보에 따르면 월마트·타깃·홈디포 등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은 최근 중국 공급업체들에 "관세 비용을 부담할 테니 일시 중단된 화물 발송을 재개하라"고 통보했다. 미국에 제품을 수출해온 한 도자기 업체 관계자는 명보 인터뷰에서 "미국발 컨테이너 발송 일정이 잡혔다"며 "관세는 구매자가 지불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단기간 내 중국산 대체품을 찾기 어렵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관세를 내면서까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중 관세 부과로 발생한 비용을 결국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쉬인은 지난주 말을 전후로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키친타월 가격은 하루 새 377% 급등했으며 주요 제품 가격 역시 30~50% 올랐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의 관세정책은 자국민에게 직격탄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혼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호 보복관세는 비용이 높은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세계 각국은 자급자족할 수 없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는 꿈같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145%에 이르는 대중 관세로 피해가 막대한 만큼 중국 정부도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높은 관세 수준이 그들의 기업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라며 "중국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에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어 갑자기 공급을 중단하면 경제도 멈추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관세 문제를 두고 통화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28일 로이터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주 상하이를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상하이 방문은 2023년 11월 말 이후 1년5개월 만으로,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경제수도'를 시찰한다는 의미가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최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