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튀르키예투데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동부에 위치한 디야르바키르(Diyarbakir)주 리체(Lice) 지역에서 군경이 압수한 대마초 20톤 766kg을 한꺼번에 소각했다.
이번에 불태운 대마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두 해에 걸쳐 226건의 마약 단속을 통해 압수한 것으로, 시가 약 100억 터키 리라(약 3600억 원) 상당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 1941명이 검거됐다.
현지 군경은 이러한 수사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소각 전 대마 자루를 ‘LICE’라는 마을 이름으로 배치한 뒤 불을 붙였다.하지만 문제는 이후 벌어졌다. 대마가 연소되며 발생한 연기가 마을 전체에 퍼지면서 약 2만5000명의 주민이 어지럼증, 구역질, 환각 증세를 겪는 집단 중독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주민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상당수는 며칠째 창문을 열지 못한 채 실내에 머무르며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민은 ‘튀르키예 투데이’에 “며칠이 지나도 대마 냄새가 집안을 떠나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아파 병원에 다녀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런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중독 예방 활동을 펼치는 ‘그린 스타 협회(Green Star Association)’의 야히야 외제르 회장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간접흡연처럼, 마약 연소 연기 역시 심각한 중독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명백히 비전문적인 폐기 방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외제르 회장은 “법 집행 자체는 의미 있지만, 이런 퍼포먼스는 공공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며, 마약 폐기 관련 교육을 경찰과 학교에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런 소각을 진행한 것 자체가 안전 불감증의 방증”이라며, 정화 장치가 설치된 시설이나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소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