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에서 가장 안 좋은 경험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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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에서 혜택 서비스를 맡고 있는 이현정입니다. 혜택 서비스는 포인트를 주는 서비스나 광고들이 모여 있는 탭이에요. 저는 그곳에 있는 광고와 서비스들을 오랫동안 담당해왔고, 지금은 그로스 도메인에서 토스 유저를 늘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두 가지를 모두 챙기는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들려드릴게요.

외부 디자이너를 만나면 항상 듣는 말이 있어요.

“토스 디자이너들은 광고 싫어하죠?” “비즈니스냐 사용자냐, 결국 뭘 선택하나요?” “사용자 경험을 위해 팀이랑 싸우지 않나요?”

실제 토스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광고를 제공하는 것에 열려있고,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둘 다 챙겨야 하죠. 그러기 위해 팀과 싸우는게 아니라 같이 치열하게 고민해요.

결국 중요한 건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둘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일이더라고요.

저는 토스에서 광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에 광고 도메인에서 제품을 만들었어요. 무슨 제품을 만들든 유저에게 ‘광고’를 보여줘야 했죠. 이전에는 토스에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험, 사용자가 싫어할만한 경험을 제가 전부 처음으로 다 만들게 된거죠.

제품을 만들 때마다 사용자의 불만은 쏟아졌고, 그 중 절반은 욕설이었어요. 그럼에도 그런 제품은 계속 만들어야했죠. 내가 뭘 만들든 욕만 먹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을 배웠어요.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죠.


1. 없앨 수 없다면, 덜 불쾌하게

먼저, 제가 바꿀 수 없는 조건을 정의했어요. 광고였죠. 저는 광고 도메인에서 광고 제품을 만드는 역할이기 때문에 ‘광고가 없는 경험’을 만들 순 없었어요. 그렇다면 광고가 있더라도 괜찮은 경험을 만들어야 했죠.

수 많은 피드백을 분석해 봤을 때 사용자가 특히 싫어했던 지점은 크게 두 가지 였어요.

1️⃣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광고

부끄럽지만 한때 ‘1원 받기‘를 누르면 바로 광고가 나왔던 적이 잠깐 있어요. 사용자는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광고가 뜨는 경우에 상상 이상의 부정적 감정을 느껴요. 이 이후로는 다른 누를 것도 안누를 만큼요. 공급자는 사용자가 일단 보게 만드려고 단순하게 설계했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엄청난 불쾌함으로 다가오죠.

아주 사소한 지점을 개선했어요. 다음 화면에 광고가 나올 걸 미리 알 수 있도록 ‘광고 보고’ 라는 문구 하나만 넣었죠. 사용자들이 클릭을 안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하는 팀원도 있었지만, 오히려 부정 피드백이 눈에 띄게 줄었고, 매출은 변하지 않았어요.

더 나아가서 “짧은 광고 보기”, “30초 광고 보기” 등 광고 길이를 미리 알려줬을 때 사용자들이 더 눌러봤어요. 어차피 광고를 볼 사람만 보기 때문에, 숨기지 않고 정확하게 알려주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오히려 임팩트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2️⃣ 동선을 방해하는 광고

동선을 방해하는 광고는 더 치명적이었어요. 계좌 내역 중간에 광고 배너가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요. 사용자가 자신의 거래내역으로 착각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던 적도 있었어요.

이후로 광고는 정보 탐색을 방해하지 않는 곳에만 배치하기로 했어요. 마찬가지로 매출은 줄지 않았고, 유저의 불만은 줄어들었죠. 오히려 일부 지표는 좋아지기도 했어요.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유저의 신뢰를 지키는 방식으로 광고를 넣어야 가장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 는 확신이 생겼어요.


2. 광고를 좋아하게 만들기

수 많은 부정 피드백에 가려져 놓치고 있던 사실이 있었어요. 사용자 중 일부는 광고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죠.

이 피드백을 보면서, 광고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결국 광고의 방식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불쾌하지 않은 걸 넘어 ‘좋은 광고 경험’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정했죠.


① 필요한 광고 - “좋은 광고는 혜택처럼 느껴져요”

사용자가 ‘지금 필요한 순간’에 보는 광고라면 어떨까요? 자동차 보험이 곧 만료되는 사람, 새 카드를 찾는 사람, 생활비를 절약하고 싶은 사람. 이 각각의 상황에 맞는 광고를 보여주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적재적소에 알맞은 광고를 보여주려면 다양한 광고가 있어야 하고, 그러러면 광고주가 많아야하죠. 하지만 그러기엔 광고주가 부족했어요.

당시 토스에선 임시로 만든 내부 어드민으로 직접 광고를 영업하고 집행했기 때문에 광고를 크게 늘리기가 어려웠거든요.

때마침 저는 광고주가 직접 집행할 수 있는 B2B 광고 플랫폼을 만들게 되었고. 이때 모든 유저에게 알맞은 광고가 잘 배정되게하는 기능을 많이 만들었어요.

덕분에 광고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광고들이 적절하게 노출됐죠. 광고의 클릭률도 점점 높아졌어요.


② 재미있는 광고 - “재미있으면 눌러보기도 해요”

“재미있는 광고는 눌러보기도 해요”라는 사용자의 피드백을 보고 이전에는 없었던, 훨씬 재미있고 신선하고 톡톡 튀는 광고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더 우선순위가 높은 업무들로 당장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죠. 당장 만들지 못하더라도, 내가 아니어도, 언젠가 누구든 기회가 될 때 재미있는 광고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광고 도메인 디자이너들이 모두 모여 가장 재밌는 광고를 만들어보는 아이데이션 세션을 정기적으로 열었어요. 당장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아이디어가 각자의 기억에 남아 기회가 될 때 발현될 것을 기대한거죠.

휴대폰을 움직이면 반응하는 광고, 퀴즈를 풀면 포인트를 주는 광고, 간단한 게임 형태의 광고 등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일부는 실제 서비스로 이어졌죠.

제가 생각했던 대로, 아이데이션 했던 내용이 추후에 나비효과를 발휘하며 제품으로 만들어지게 된거죠.


③ 보상을 주는 광고- “보상이 있다면 기꺼이 볼 수 있어요”

세 번째로 다뤘던 건 ‘보상을 주는 광고’였어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어요. 사용자마다 가치 있게 느끼는 보상의 기준이 모두 달랐거든요. 누군가에겐 1원도 충분하고, 누군가는 작은 돈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용자가 ‘광고를 볼 만큼 가치 있다고 느끼는 보상’을 찾기 위해 정말 많은 실험을 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금액을 바꿔보는 실험부터 시작했어요. 1원, 10원, 200원 같은 현금 보상부터 보석, 기프티콘,캐릭터 같은 비현금성 보상, 그리고 100만 원, 1000만 원 같은 일확천금형 보상까지요.

그러다 보상의 금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고, 다음에는 보상을 받는 과정을 조정해봤어요. 10초 광고부터 30초 광고까지, 광고의 길이나 퀄리티를 바꾸며 ‘노동 강도’를 조금씩 다르게 설정해보기도 했죠.

이런 시행착오를 1년 넘게 반복한 끝에, 많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보상’을 찾아냈고, 이를 활용해 성과를 만들 수 있었어요. 바로 만보기의 ‘복권’ 이죠. 만보기에 무조건 광고를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광고를 보면 100만원 복권을 보상으로 받도록 했죠.

이를 통해 한때 적자만 나던 서비스가 매출을 만들어내는 서비스로 완전히 바뀌었어요. 무엇보다 이 성과가 일시적이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었다는게 중요했어요. 이탈한 유저는 없었고, 만족도 지표 또한 떨어지지 않았어요. 심지어 유저의 활동성이 오히려 높아지기까지 했죠. 사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없던 광고를 봐야하기에 유저 경험이 좋아지진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적정한 보상 없이 광고를 봐야하는 최악의 경험은 막아냈고, 비즈니스 목표도 달성했어요.

이 성과는 추후 구글에서도 주목받아서, 게임이 아닌 서비스 중 광고로 가장 큰 임팩트를 낸 전 세계 첫 사례로 상을 받았어요.


비즈니스와 유저 경험의 교집합은

큰 성과를 낸 것 보다 중요한 깨달음은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 모두 챙길 수 있는 교집합 지점을 찾아낸다면 상상이상의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에요. 이 지점을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꽤 재미있기도 하고요.

저는 실제로 토스에서 가장 안 좋은 경험을 만들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의 교집합을 찾아 최선의 경험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는 최상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적용해보기

✅ 이번 아티클은 아래 Toss Makers Conference 25의 세션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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