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오랜 세월 여러 출판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민음사는 지난달 12일 ‘압록강은 흐른다’를 펴내며 국내 처음으로 세계문학전집 500권을 달성했다.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도 200권을, 을유문화사 역시 150권을 넘어섰다. 열린책들은 다음달 300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
● 텍스트힙 열풍 타고 고전도 인기

그럼 국내 주요 출판사들이 펴내고 있는 세계문학전집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을까.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의외로 출판사마다 특징이 뚜렷하다.
민음사는 ‘정전(正典)’ 구축에 무게를 둔다. 괴테나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헤세, 카프카 등 세계문학의 대표 작가들을 폭넓게 소개해 왔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싯다르타’를 포함해 헤세 작품만 8종 9권을 낸 것이 특징. 그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데미안’이라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인간 실격’, ‘동물농장’도 꾸준한 스테디셀러다.
러시아문학에 강점을 지닌 열린책들은 도스토옙스키 작품만 29권을 선보였다. 움베르토 에코와 파트리크 쥐스킨트 등도 주요 작가군. 여기에 추리와 공상과학(SF), 판타지 등 장르문학까지 편입해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초역작·다양한 지역 명작문학과지성사가 대산문화재단과 기획·출간하는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좀더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데 방점을 뒀다. 출간작의 약 70%가 국내 초역이다. 몽골어와 루마니아어, 베트남어 등 다른 전집에선 보기 어려운 언어권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했으며, 시와 희곡, 산문까지 폭넓게 담았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 ‘끝과 시작’. 김은주 문학과지성사 외국문학팀장은 “문학적 가치가 뛰어남에도 상업성이 없어서, 또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공모와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발한 번역자의 번역으로 출간해왔다”고 설명했다.
을유문화사는 1959년 국내 최초로 세계문학전집을 선보인 출판사다. 1975년 100권으로 완간됐다가, 2008년부터 새로운 전집을 내놓고 있다. 플랜 오브라이언,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씨부라파 등 이 전집에서만 읽을 수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 세계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유림외사’ ‘도화선’ 등 중국 고전도 포함됐으며, 시와 희곡 비중이 높다. 해당 작가를 연구한 전공학자가 번역을 맡고 해당 언어 전공자가 다시 검토하는 교차검증을 갖췄다는 점도 특징이다.
● “세계문학전집, 시대를 비추는 거울”문학동네는 익숙한 고전보다 토니 모리슨, 살만 루슈디 등 20세기 이후 근현대 작가 비중을 높이고 있다. 송지선 문학동네 부장은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인 작가들도 정전의 반열에 올려 한국 독자와 만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영하, 김연수, 황유원 등 작가들이 번역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새로운 형태의 세계문학전집도 나오고 있다. 은행나무는 여성과 비서구 작가 비율을 높인 ‘에세’ 시리즈를 내고 있으며,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국내 최초로 동남아시아문학총서를 시작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초창기 세계문학전집이 사르트르나 괴테 등 서구 고전을 소개하는데 무게를 뒀다면, 요즘은 비서구권과 여성 작가 작품을 정전의 형태로 새롭게 구성하려는 흐름이 나타난다”며 “세계문학전집은 출판사의 문학관뿐 아니라 동시대의 가치관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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