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그리스 언론을 통해 조코비치가 두 자녀를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영국계 사립학교에 등록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또 그가 아테네 남부 교외 지역에 집을 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세르비아 국민 영웅으로 꼽히는 조코비치의 ‘그리스 이주설’이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 6월과 8월 두 차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만났다. 또 자신이 주최하는 테니스 대회의 거점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아테네로 옮겼다. 아테네에서 집을 보러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는 세르비아의 친(親)정부 언론이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조코비치를 ‘배신자’라고 부른 뒤 발생한 일이라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세르비아는 지난해 11월 북부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대규모 붕괴 사고로 16명이 사망한 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이 사고는 “부패한 정부의 계약 탓”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2017년 집권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친러시아 행보와 언론 통제, 부패 의혹 등으로 계속 논란을 일으켜왔다.조코비치는 지난해 12월 시위대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밝혔다. 당시 그는 “젊은 세대의 힘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열망을 깊이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들려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에도 세르비아 내 신규 리튬 광산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이후 조코비치가 소셜미디어에 집회 사진을 올리거나 ‘학생들이 챔피언이다’라는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올 7월 윔블던에서 선보인 팔을 흔드는 세리머니는 시위대의 구호 ‘펌파이(pumpaj·계속 밀어붙이자)’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조코비치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자 세르비아의 친정부 성향 타블로이드지들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과거 조코비치를 ‘국민 영웅’으로 떠받들던 언론이 이제 그가 폭력을 선동한다며 비난하고 도핑 의혹까지 제기했다는 것. 시위대를 조직한 미사 바쿨로프 로닌은 더타임스에 “(현지) TV에서는 그를 외국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용병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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