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 고온·고압 극한환경 견디는 'K스틸'…체코 원전 뚫었다

2 days ago 3

플랜트, 조선, 풍력, 오일·가스, 원전. 글로벌 단조 전문 기업 태웅이 속한 공급망이다. 파손되면 가동이 멈추는 산업 분야에는 어김없이 단조 제품이 들어간다. 단조 산업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유다. 태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SMR(소형모듈원자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욱 태웅 사장은 “주문 제작 영역인 SMR용 단조 제품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설비를 개발했다”며 “고품질 제품을 신속하게 납품할 수 있어 한발 빠르게 SMR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웅의 링롤링밀 제조 공정.  태웅 제공

태웅의 링롤링밀 제조 공정. 태웅 제공

◇ 체코·캐나다 SMR 진출 신호탄

태웅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체코 국영기업인 스코다JS와 체코 내 원전 사업 공급 파트너에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내년부터 공급 물량을 5기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태웅은 지난해부터 SMR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스코다JS는 체코 테믈린과 두코바니 원전 네기에 연간 10기의 캐스크를 장기 공급해온 기업으로, SMR과 캐스크 사업이 핵심이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의 3.5세대 SMR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SMR 분야에서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캐나다는 4세대 SMR 주기기 수주를 추진 중이다. 캐스크를 시작으로 SMR의 내외부를 두겹으로 감싸는 형태의 단조 제품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캐스크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반하는 용기다. 크게 이송용과 고정용으로 나뉜다. 이송용은 원전에서 보관장소까지 육상 이동을 위한 소형 크기로 발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고정용은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에 반영구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대형 제품으로 요구되는 기술 사양이 까다롭다. 태웅은 2030년 이후 SMR 상용화와 함께 캐스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산업에서도 높은 실적이 기대된다. 태웅은 현재 미국 홀텍인터내셔널에 캐스크 단조품을 장기 공급 중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원전 가동률이 높아졌다. 캐스크 수요도 덩달아 올랐다.

◇ 주문 제작에서 대량생산으로

태웅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단조 기술을 가지고 있다. 철에 다양한 화학재료를 투입해 특성에 맞게 가공한다. 현재 태웅이 가지고 있는 재질은 400여개에 이른다. 모두 단조 기법이 다르다. 이 기술로 태웅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경 11.5m, 중량 150t 크기의 단조품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단조품은 다양한 물리적 특성을 견뎌야 한다. 용접 접합부 없이 오직 철을 극한으로 두드려서 중량과 직경을 키우는 게 단조 기술의 핵심이다. 이를테면 원유 정제 과정에서 액체 상태의 원유가 기화하면 부피는 600~1000배가량 상승한다. 이때 단조품이 들어가면 고온·고압의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어 안정적으로 정제 작업이 이뤄진다.

풍력설비의 블레이드(날개)와 제네레이터(발전기)를 연결하는 메인 샤프트도 마찬가지다. 풍력 블레이드와 함께 메인 샤프트가 같이 회전하는데, 메인 샤프트의 블레이드에 가까운 쪽과 제네레이터 연결부의 회전력에 차이가 생기면서 뒤틀림 현상이 나타난다. 단조품은 이런 물리적 특성에 반영구적으로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가졌다. 태웅은 이외에도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 등 항공우주 산업에도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 실적 전망 ‘맑음’

태웅은 지난해 원전 및 SMR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5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추진했다. 기존 장비를 증설하고 링롤링밀 설비 가동에 들어갔다. 링롤링밀은 태웅만의 제조 공법이다. 프레스로 철의 형상을 가공한 다음 링롤링밀로 회전력을 가해 내구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링롤링밀을 도입하면서 대량생산 체제로의 전환에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다. 허 사장은 “사흘에 하나꼴로 제품이 나오던 공정을 한 시간으로 줄였다”며 “SMR용 단조품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로,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SMR뿐 아니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대체 에너지원으로 산업 플랜트 재건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심해시추 분야에서 미국 NOV사에 핵심 단조품을 공급하는 7개사 중 유일하게 비(非)미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초고압·초저온 환경에 대응하는 인코넬·모넬 초합금 제품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길게는 11년 정도 걸리는 석유화학단지와 FPSO(부유식 원유 생산장비) 프로젝트의 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수록 태웅의 고부가가치 산업플랜트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허 사장은 “석유 시추는 단일 프로젝트에서의 이익률이 400~500%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사업 포트폴리오”라며 “스테인리스강을 넘어 초합금 재질의 심해·고압 제품까지 포괄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