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득보장제 ‘디딤돌소득’ 3년차
‘하후상박’ 지원으로 탈수급 비율 8.6%
현행 사회복지제도와 연계시 재정 절감
전국 확대 위해 다양한 실험모델 개발
서울에 사는 50대 남성 김정수 씨(가명)는 2022년 5월 배우자가 경구개암 진단을 받으면서 생활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정부 지원을 받고 싶었지만 나이가 많지 않고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어려웠다.그러던 중 김 씨는 지인의 권유로 서울시 디딤돌소득을 신청했고, 2023년 7월부터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디딤돌소득은 소득과 재산 기준 만으로 혜택 가구를 선정하기 때문에 김 씨도 수급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배우자를 간병하느라 일을 하기 어려운 김 씨는 월 140만원 정도의 디딤돌소득 덕에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김 씨는 “디딤돌소득으로 공과금, 월세, 식비도 해결하고 있다”면서 “생활비 걱정을 덜고 간병에 집중한 덕분에 아내도 수술을 잘 받고 회복 중이다”라고 말했다.
● 저소득층 근로의욕 저해 않고 지원
24일 서울시는 디딤돌소득의 효과와 전국 확산 가능성을 진단한 ‘디딤돌소득 정합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초생활보장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근로 의욕을 유지하며 자립을 돕는 새로운 복지모델로서 지난해 3월 디딤돌소득 실험을 시작한 지 1년 만이다.디딤돌소득은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2600만 원 이하) 서울시내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소득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제도다. 소득과 재산 기준만으로 수혜 가구를 선정하기 때문에 기존 복지제도에서 소외된 저소득층도 사각 지대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2년 도입돼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 현재 2076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디딤돌소득은 ‘하후상박(下厚上薄)’ 구조로 설계돼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정 수준까지는 소득이 발생해도 지원액이 줄지 않아 근로 의욕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는 디딤돌소득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가정하고, 현재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인 기준을 65%·75%·85% 이하로 달리해 효과를 분석했다. 65% 이하로 적용할 경우 전국 594만 가구 대상에 약 13조원의 재정이, 75% 이하로 적용하면 653만 가구 대상에 23조9000억 원의 재정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기준과 동일하게 85% 이하로 적용할 경우 전국 가구 3분의 1이 지원 대상이 되고 약 36조600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발표 현장에 나온 오세훈 시장은 “전 국민에게 1년에 100만원씩, 즉 월 8만3000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연간 51조 원이 추가로 필요한 데 반해 디딤돌 소득은 훨씬 적은 돈이 든다”고 설명했다. 생계급여, 자활급여 등 기존 36개 복지제도와의 통합·연계하고 공공부조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재정 소요가 훨씬 적다는 것이다. ●“디딤돌소득, K-복지모델로”서울시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지원을 받은 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는 31%였다. 소득이 올라 더이상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脫)수급 비율도 8.6%에 달했다. 오 시장은 “빈곤해지기 전 선제적으로 지원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디딤돌소득이 새로운 K-복지모델”이라 강조했다.
서울시는 올 6월까지 디딤돌소득 실험을 진행한 뒤 3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전국 확대 적용을 위한 최종 연구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 맞춤형 실행모델도 개발한다. 시 관계자는 “농촌형, 도농형, 인구감소지역 등 각 지자체 여건에 맞게 어떻게 디딤돌소득을 도입할 것인지를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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