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은 법리상 명백"…문무일 전 검찰총장, 서강대서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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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강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법률가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황동진 기자

8일 서강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법률가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황동진 기자

“탄핵 인용은 너무 명백합니다. 법리적으로 판단한다면 고민할 문제가 아닙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도하는 서강멘토링센터 ‘생각의 창’이 8일 ‘민주주의와 법률가의 역할’을 주제로 연 특강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판단 과정에 대해서는 “연수원 동기 두 명이 재판관으로 계시는데, 제가 아는 그분들은 법리적으로 명확한 사안 앞에서 결코 흔들릴 분들이 아니다”라며 “시중에 여러 말이 돌았지만, 제가 아는 분들이라면 고민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영선 전 장관과 문무일 전 총장을 비롯해 유재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학성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정지용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외에도 200여 명의 대학생과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강연장을 메웠다.

8일 서강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주최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법률가의 역할' 특강에서 박영선 전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황동진 기자

8일 서강멘토링센터 '생각의 창' 주최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법률가의 역할' 특강에서 박영선 전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황동진 기자

박 전 장관은 지난 4일 이뤄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의 영향을 환기하며 이날 강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지금 우리는 헌정사에서 매우 중요한 대전환의 시대에 서 있다”며 “박근혜, 윤석열 두 전직 대통령의 연이은 탄핵을 겪으며 우리는 법이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법률가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문 전 총장은 이날 강연에서 법률가의 시대적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법률가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의 가치를 보호하는 사람”이라며 “법률가 집단은 시대정신을 창조하는 집단이 아니고, 자이로스코프처럼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동시에 보수적인 사고에 갇히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수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전 총장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수사를 착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형사소송에서는 권한과 통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는 신속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해야 하며, 수사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제도 이후 법학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문 전 총장은 “이제 로스쿨이 일반화됐고, 로스쿨 출신들이 대거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법리 교육이 거의 무너졌다. 이론 법학을 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법리에 약해지면 사회가 과거로 돌아간다”며 “법리가 없으면 신념이 법이 됩니다. 오늘 아침 생각과 저녁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게 곧 통치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담을 진행 중인 박영선 전 장관(왼쪽부터), 문무일 전 검찰총장, 유재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진=황동진 기자

대담을 진행 중인 박영선 전 장관(왼쪽부터), 문무일 전 검찰총장, 유재만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진=황동진 기자

강연에 이어진 질의응답과 토론 시간에는 박 전 장관이 사회를 맡고, 문 전 총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출신의 유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결국 검찰 권력의 정치 진출이 이렇게 끝난 셈”이라는 박 전 장관의 발언에 문 전 총장은 절차적 통제 장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우리 사회는 대통령이라는 강한 권력에 걸맞은 통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권력에는 반드시 통제가 따라야 하는데, 그 논의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문 전 총장은 “수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수사 인력을 아무나 앉힌다고 해서 수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공수처가 정치인 비리 수사에 특화하는 것이 생존 방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특강을 주최한 ‘생각의 창’은 박 전 장관과 김상용 서강대학교 교수가 공동 운영하는 서강멘토링센터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강연을 시작으로 청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각계 주요 인사를 초청해 시사·정책 이슈에 대한 통찰을 공유해 오고 있다.

서강멘토링센터의 다섯 번째 특강은 다음 달 27일 ‘반도체’를 주제로 열린다. 다음 특강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의 백준호 대표와 박찬민 상무가 참석할 예정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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