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할당계획 연구 용역을 특정 민간 컨설팅업체가 사실상 독점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후부는 ‘제4차(2026~2030년) 배출권 할당계획’ 관련 연구용역은 총 세 차례 발주했는데, A 컨설팅사가 연구 용역을 모두 수행했다. 유상할당 비율 등 주요 계획은 컨설팅사의 연구용역 결과가 대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A사는 지난 3차 할당계획(2021~2025년) 당시 연구 용역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배출권 할당계획을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 부처 차관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할당위원회를 통해 확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구용역 결과가 상당 부분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제4차 할당계획 수립 당시 할당위는 기후부가 제출한 초안과 관련 설명회를 한차례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부는 지난 8월 첫 설명회 이후 지난달 1, 2차 공청회를 진행하며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기업 관계자는 “금요일 공청회 이후 월요일까지 추가 의견을 개진하라고 하는 등 제출 기한이 너무 촉박해 실질적인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용역 발주에 응찰하는 곳이 한 곳뿐이라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할당 대상 기업들이 제출한 배출권거래제 명세서 등 핵심 자료에 대한 접근권한이 이전 용역부터 참여한 A사에만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은 현행 10%인 유상할당 비율을 발전·비발전 부문으로 나누어 2030년까지 각각 50%, 15%로 높이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계는 이런 할당 비율 상향으로 인해 기업들의 추가 배출권 부담액을 연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계획을 특정 사설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신뢰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리안/곽용희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