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으로 따스함 전하는 오래된 노래, 피에르 제니송 'Song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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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관악기 중 클래시컬 음악을 넘어 재즈, 민속음악, 팝 등 다방면에 걸쳐 팔색조 매력을 뽐내며, 소리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악기가 클라리넷이라 생각한다. '멘델스존 교향곡 4번',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그리고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에 등장하는 클라리넷 연주를 비교해 들어보면, 악기의 숨겨진 재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고 클라리넷의 매력에 빠져든다.

클라리넷 연주자 피에르 제니송 /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클라리넷 연주자 피에르 제니송 /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피에르 제니송 (Pierre Génisson)은 클래시컬과 재즈 음악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클라리넷 연주자다. 그가 연주하는 클라리넷은 섬세하고, 포근하며, 달콤하다. 그는 파리 음악 명문인 파리국립고등음악원과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입증해왔다.

프랑스 예술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치노 델 두카 (Cino del Duca)’ 상을 받은 것과 칼 닐센 (Carl Nielsen), 자크 랑슬로 (Jacques Lancelot) 등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콩쿠르에서 수상한 이력, 그리고 베를린 도이치 오케스트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BBC 오케스트라 등 세계를 돌며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정기적으로 연주한 행보는 이를 대변한다. 아르떼 독자들과는 2024년 6월 '한경 아르떼TV'에서 방송된 마스터 클래스로 친분이 있다.

피에르 제니송이 발표한 새 앨범 <Songbook>은 클라리넷으로 따뜻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오래된 노래들이 수록되었다. 앨범에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대선배이자, 그의 오랜 음악 동료인 브루노 퐁텐이 피아니스트로 함께했다. 피아니스트, 지휘자 그리고, 영화음악 감독으로 활동해 온 브루노 퐁텐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 여기에 모니카 벨루치, 나윤선, 킴버로즈, 램버트 윌슨 등 깜짝 선물 같은 게스트들이 앨범에 참여해 노래의 멋과 맛을 살렸다.

피에르 제니송 - 브루노 퐁텐 <Songbook> 앨범 커버 /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피에르 제니송 - 브루노 퐁텐 <Songbook> 앨범 커버 / 제공. 워너뮤직코리아

앨범 <Songbook>에는 'Smoke Gets In Your Eyes', 'C’est Si Bon', 'I’ve Got You Under My Skin' 등을 포함해 음악 청자들에게 친숙한 아메리칸 스탠다드와 프렌치 샹송 등이 담겼다. CD와 디지털 버전에는 총 19곡이, LP 버전에는 'Night And Day', 'Isn’t It Romantic', 'Hymne A L’amour', 'Smile', 'La Vie En Rose', 'Que Reste T-Il De Nos Amours?', 'La Boheme' 등이 제외된 12곡이 한 장의 LP에 담겼다.

LP A면의 첫 곡은 뮤지컬 <로버타 (Roberta)>의 주제곡인 'Smoke Gets In Your Eyes'로 시작한다. 피에르 제니송과 브루노 퐁텐은 숨소리까지 교류하며 사랑의 상실로 인한 씁쓸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청아한 클라리넷 소리로 시작을 알리는 곡 'C’est Si Bon'은 피아노와 재즈적인 프레이징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콜 포터가 1936년에 작곡한 노래를 후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면서 대히트를 친 곡 'I’ve Got You Under My Skin'은 모니카 벨루치가 노래해 원곡과 다른 농염한 매력을 선사한다.

'The Windmills Of Your Mind'와 'Syracuse'에서 잔잔하고 온화한 연주가 살며시 청감을 어루만져준다. 여기에, 루이 암스트롱 버전으로 익숙한 'What A Wonderful World'는 킴버로즈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어쿠스틱한 무드가 어우러져 운치있는 곡으로 다시 태어난다.

B면은 어빙 벌린의 'Cheek To Cheek'으로 시작된다. 이 곡에서 피에르 제니송과 브루노 퐁덴은 즉흥 연주하듯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달리다 (Dalida)가 노래했던 잔잔한 발라드 곡 'Il Venait D’avoir 18 Ans'은 클라리넷이 리드하는 연주곡으로 재해석했고, 세르쥬 갱스부르의 시대를 넘나드는 명곡 'La Javanaise'는 나윤선의 보컬로 다시 태어나 샹송의 고혹적인 매력을 살려냈으며, 이 아름다운 무드를 'Stormy Weather'까지 이어간다.

'Lullaby of Birdland'는 넥타이를 풀어 해친 신사처럼 재즈와 클래시컬 음악 경계에 있는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자유분방한 자태를 느껴볼 수 있다. 마지막 곡으로 수록된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은 램버트 윌슨이 불러 우아한 퇴폐미로 구현해낸다.

피에르 제니송 - 브루노 퐁텐 <Songbook> LP / 사진. © 이진섭

피에르 제니송 - 브루노 퐁텐 <Songbook> LP / 사진. © 이진섭

익숙했던 오래된 노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연주한 이 앨범은 상처와 고통으로 2025년을 힘겹게 시작하는 청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안식처가 될 것이다.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피에르 제니송 - 브루노 퐁텐 'Smoke Gets In Your 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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