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2개 넓이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층 3단 선반에 가연성 생활용품 가득
국가소방동원령 발령해도 주불 안잡혀
근무자 교대때 화재 발생, 인명피해 없어
연기와 재 10㎞ 이상 날아가 주변 피해
3m마다 설치 스프링클러, 제 역할했나

● 굴착기로 외벽 부수며 진화, 주민 70여 명 대피
19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54분경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6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023년 준공된 이 물류센터는 지상 8층, 연면적 29만9000㎡ 규모로 화물차가 드나드는 같은 높이의 램프 건물과 연결된 구조다.
불길이 확산되자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대용량 포방사 시스템과 헬기 등을 포함한 장비 228대와 소방관, 경찰관 등 721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국가소방동원령에 따라 서울, 경기 등 인근 8개 광역시도에서 인력과 장비가 동원됐지만 주불은 잡히지 않았다.
이 물류센터에는 총 20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야간 근무자 교대 시점에 불이 발생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야간조는 오전 4시에 퇴근하고 주간 조는 오전 7시에 출근해 화재 당시 건물 안에는 121명만 있었고, 모두 대피했다.
다만 이틀 넘게 화재가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이어졌다. 건물에서 치솟은 검은 연기와 재는 서해구 지역은 물론이고 10km 이상 떨어진 인천 계양구와 부평구 지역까지 날아가 이 지역 주민들은 창문을 닫고 생활해야 했다. 연기 피해 등으로 석남동 주민 70여 명은 인근 초등학교에 차려진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서해구는 화재 현장인근에 있는 어린이집 31곳에 20일 휴원을 권고했고, 인근 초등학교도 하루 휴교 하기로 했다.또 소방 당국은 직선거리로 50m 정도 떨어진 SK인천석유화학 정유공장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차 1대를 배치했고, 물류센터에 맞붙어 있어 불똥과 건물 잔재가 떨어지는 신석체육공원은 출입을 통제했다.● ‘3m마다 설치’ 스프링클러, 제 역할 했나

소방관 1명이 숨진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스프링클러가 초기 8분간 작동하지 않아 불이 커졌고, 대량의 가연물과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완전 진화까지 엿새가 걸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망물류지회는 “쿠팡이 비용 절감을 위해 화재에 취약하고 초기 진화가 어려운 중층 구조를 활용했다”며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은커녕 로켓배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인근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했다는 제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화재에 취약한 물류센터 구조를 보완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연물이 가득 쌓인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면 진압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 단위 면적당 가연성 물질의 양을 뜻하는 ‘화재 하중’이 클수록 소방 시설 설치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류센터 내 가연성 물질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 선반마다 스프링클러를 촘촘히 설치하게 하고,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투입 등 진압장비 첨단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화재 진화 상황을 보고받고 “무엇보다 현장 소방대원의 안전조치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종철 쿠팡 대표는 입장문에서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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