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심사… 주희성-손민수 교수 인터뷰
주희성 서울대 교수
“틀에 박힌 연주로는 감동 못줘… 젊은 연주자들 자신 표현 잘해”
손민수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
“성공 위한 압박 시달리지 말고, 폭풍속에도 음악하는 법 배워야”
“연주자가 자기만의 소리를 빚어내는 순간을 기다려요. 그땐 심사 기준이라는 틀 안에서 계량할 수 없죠. 선율에 빨려 들어가 즐기는 수밖에요.”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주희성 서울대 음대 교수(55)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손민수 뉴잉글랜드음악원(NEC) 교수(48)가 말했다.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1∼3일 사흘에 걸친 1차 예선 심사에도 피곤한 기색을 띠지 않았다. 그 대신 따스함과 냉철함이 모두 묻어나는 미소로 “젊은 연주자들의 다채로운 색깔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연에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쇼팽의 ‘발라드 1번’부터 콩쿠르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슈만의 ‘아베크 변주곡’까지 폭넓은 레퍼토리가 펼쳐졌다. 예년과 비교해 개성 있는 연주자가 많아진 것이다. 콩쿠르 심사 경력 22년 차인 주 교수는 “선생님에게 배운 대로 치던 우리 때와 달리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시대적 변화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손 교수는 “연주자들의 전반적인 기량과 무대 경험치가 높아지면서 틀에 박힌 연주로는 더 이상 감동을 줄 수 없음을 체득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국과 미국 최고의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두 심사위원에게 콩쿠르에 도전하던 과거 시절은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온다. 1990년대 NEC 재학 시절 석사생과 학부생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건반 위의 철학자’ 러셀 셔먼(1930∼2023), 피아니스트 변화경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나란히 성장했다. 손 교수는 “(주 교수는) 가장 의지하고 따르는 누나였다. 음악적 고민이 있으면 조언을 구했고, 아플 때 집에서 죽을 끓여 주시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고 회상했다. 주 교수는 “그때부터 음악성이 돋보이는 후배였다”며 웃었다.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던 콩쿠르를 넘었다. 숱하게 평가받고, 또 평가해본 이들이 깨달은 점은 “콩쿠르가 단지 연주 활동을 넓히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 주 교수는 스물두 살의 나이로 제31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겪은 커리어 변화를 되짚었다. “국내 최고의 콩쿠르였기에 이름을 알렸고, 협연 기회도 늘었죠. 그러나 돌이켜 보면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콩쿠르는 ‘자기 발전’을 안겨줬어요. 고배를 마신 기억이 자신을 잃게 내버려둬선 안 됩니다. 압박감을 내려놓고 무대 위에서 음악과 내가 온전히 하나 되는 데 집중해야 해요.”
손 교수에게 콩쿠르란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길목”이다. 어떤 음악을 할 것이고,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돼서다. “젊은 연주자는 음악으로 성공해야겠단 압박에 시달리곤 해요. 저 역시 그 딜레마를 오래 안고 살았고요. 하지만 음악을 한다는 건 인생의 실마리를 찾는 일이에요. 그 어떤 폭풍이 몰아친대도 내 음악과 함께 차분히 걸어가는 법을 알게 된다면 아름답고 값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5∼7일 2차 예선, 9∼10일 준결선, 12∼13일 결선 경연과 시상식으로 이어진다. 2차 예선과 준결선은 오후 1시 서울교대 종합문화관에서, 결선은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12일 오후 7시와 13일 오후 2시 반에 시작된다. 시상식은 결선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13일 오후 5시 반에 열린다. 2차 예선과 준결선 1만 원, 결선 전석 3만 원. 02-361-1415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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