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세르트헤바우 "어디서 앉든 압도적 울림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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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페스티벌의 완성도를 높인 건 공연장으로 쓰인 콘세르트헤바우의 풍부하면서도 꽉 차 있는 음향이었다. 오늘날 이 공연장은 세계 3대 클래식 음악 공연장으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라인, 미국 보스턴의 심포니 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놀라운 건 이 콘세르트헤바우가 음향학 이론이 건축에 쓰이기 전인 1888년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도미니크 빈터링 RCO 대표. 이주현 기자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도미니크 빈터링 RCO 대표. 이주현 기자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이곳에서 활약하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의 대표인 도미니크 빈터링을 만나 음향의 비밀을 물어봤다. 콘세르트헤바우에선 관객이 가득 찬 소리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고음이 귀를 날카롭게 찌르지도 않는다. 이 소리에 대해 빈터링 대표가 내놓은 답은 놀라웠다. 그는 “비용을 아끼려던 실용적 접근과 운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빈터링 대표는 “콘세르트헤바우를 지을 땐 암스테르담 시민이 공연장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 직접 자금을 모아야 했다”며 “예산이 제한되다 보니 저렴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후대 학자들은 콘세르트헤바우 음향의 비결로 몇 가지를 추정하고 있다. 하나는 슈박스(신발 상자) 구조다. 길이 44m, 폭 27.5m, 높이 17.5m의 직사각형 상자 구조가 반사음을 자연스럽게 잡아두는 최적의 값이 됐다는 설명이다. 목재 바닥, 석고 벽 등도 따뜻한 잔향에 일조했다.

지난 13일 콘세르트헤바우 메인 홀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가 말러 교항곡 5번을 공연하고 있다. ⓒ Milagro Elstak

지난 13일 콘세르트헤바우 메인 홀에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가 말러 교항곡 5번을 공연하고 있다. ⓒ Milagro Elstak

이런 공연장 특성은 RCO가 섬세한 소리를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콘세르트헤바우에선 단원들이 소리를 더 세심하게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요. 이 홀에선 소리가 잘 어우러지다 보니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더 주의 깊게 들어야 하죠. 작은 공간에서 서로의 연주에 더 민감해져야 하는 실내악을 하는 것처럼 집중도가 더 높아져야 해요. 이 집중력이 RCO 특유의 소리를 내게 하는 힘이에요.”

콘세르트헤바우 메인 홀에서 가장 좋은 좌석은 어디일까. “잘 섞인 소리를 듣기 위해선 조금 멀리 앉는 게 좋아요. 전 보통 발코니 첫 번째 줄에 앉아요. 전체 소리가 어우러져 듣기 좋죠. 무대 뒤편 자리도 좋아요. 악단과 가까워 주변 악기 소리가 명확히 들리거든요. 지휘자가 뭘 하는지 세세히 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나쁜 좌석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겁니다.”

암스테르담=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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