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박스권+코스피)란 꼬리표를 달고 있던 국내 증시가 달라졌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20% 가까이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 중 최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이 한층 탄력을 받으면서 이른바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재평가를 받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1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까지 최근 한 달간 코스피50 지수는 11.88% 상승해 전 세계 주요지수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이 기간 상승률 2위는 코스피지수(11.43%)다. 한국의 주요 지수 2개가 단기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3위는 9.96% 상승한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다.
수급 주요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강한 '사자'를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6329억원, 1조71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닷새 연속 순매수세다. 다만 개인은 5조9130억원 순매수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올 들어서로 기간을 넓히면 코스피지수는 19.69% 상승했다. 폴란드 WIG 20(27.46%), 스페인 IBEX 35(22.65%), 러시아 RTSI 지수(22.19%), 헝가리 BUX(21.91%), 독일 DAX(20.49%), 홍콩 항셍(20.45%), 오스트리아 ATX(19.96%)에 이어 8위다. 지난해 일본과 미국 등 주변국 증시가 두 자릿수로 상승할 때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9.63%, 21.74% 밀리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역대 최장기간의 순매도로 일관한 외국인이 태세 전환한 것은 새 정부가 추진할 내수 부양책과 증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일찍이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코스피지수 5000포인트' 달성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때문에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변화와 이로 인한 증시 활성화를 기대하는 심리가 빠르게 번졌다. 코스피 증권업종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4일 하루에만 8.14% 급등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로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공식일정에서도 자본시장을 챙기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이날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국내 증시 현안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들과도 이번 주 회동하는 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재계보다도 자본시장 현장을 먼저 찾기로 한 것이다. 증권 유관기관 한 관계자는 "정권 직후 일정은 정무적 의미가 상당해 주요 일정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다"며 "재계보다 자본시장 현장을 먼저 찾는 것은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상법 개정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당초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을 처리하기로 했던 일정이 미뤄졌지만, 여당이 방향성은 뚜렷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며 "이미 사회적 논의도 충분히 축적됐다. 빠른 시간 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에 증권가도 한국 증시에 대한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KB증권은 보고서를 내놓고 코스피지수가 향후 1년 안에 3240선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이은택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위험)가 달러 약세를 유발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견조할 것"이라며 "신정부 내수 부양책과 자본시장 개혁 의지가 방어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자본시장 구조 개혁으로 증권과 은행, 보험 등 금융업 전반의 계속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 정책은 한국 증시 재평가 기대감을 키울 것"이라며 "지금처럼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금융주는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도 추가 상승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