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자영업 성지' 황학동의 눈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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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오께 찾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18일 정오께 찾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18일 정오께 찾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게들은 모두 영업 중이었지만 거리와 매장 안은 한산했다. 간간이 짐을 실은 용달차만 오갈 뿐, 물건을 둘러보거나 가격을 문의하는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인 없이 매장 문에 연락처만 덩그러니 적어둔 가게도 적지 않았다.

40년 넘게 주방거리를 지켜왔다는 심모 씨는 "주로 카페 프랜차이즈에 들어가는 테이블과 의자를 취급하는데, 창업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 보니 지금은 예전 거래량의 2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수입 가구 들여오는 비용도 중동전쟁 이후 20~30%가량 올랐다. 그 어려웠던 코로나 때보다도 요즘이 훨씬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업계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국내 대표 주방설비 밀집지인 황학동 주방거리도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여기에 최근 창업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물건이 빠지는 속도까지 둔화해 상인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창업 '성지'였는데…이젠 아파트 들어서는 주방거리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20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20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18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 주요 음식점 수(한식·중식·일식·분식·주점 등 포함)는 52만6260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3만5499개) 대비 1만개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호프주점이 2만2089개에서 2만68개로 9.15% 줄어들며 가장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고, 분식점(-4.85%)과 한식음식점(-1.1%)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성지'로 통하던 곳이다. 식당이나 카페 창업에 필요한 새 제품부터 폐업 매장에서 나온 중고 가구와 집기까지 매장 운영에 관한 모든 것을 취급하며 1980년대부터 명성을 이어왔다. 폐업한 가게가 늘어날수록 갈 곳 없는 기기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며 자영업 시장의 흥망성쇠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날 찾은 황학동 주방거리도 최근 외식업 침체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매장 앞에는 냉장고와 싱크대, 조리기구 등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듯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다.

시장의 규모 자체도 과거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한때 그릇과 주방기기 매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던 자리에는 오피스텔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중이다. 실제 주방거리가 위치한 신당중앙시장 인근에는 2024년 20층짜리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섰으며, 오는 2028년에는 약 400가구 규모의 청계노르웨이숲 아파트 단지가 준공될 예정이다.

10년 넘게 그릇을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그는 "바로 옆에 들어선 오피스텔 부지도 원래는 전부 가구를 팔던 매장들이었는데 상인들이 많이 떠났다"며 "저도 이곳에서 매장을 3개나 운영했는데 지금은 1곳만 남기고 다 정리했다. 이마저도 손님이 너무 없어 매달 임대료 내기조차 빠듯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외식 소비의 구조적 변화…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음식점 등에서 쓰이는 주방 기기들이 쌓여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음식점 등에서 쓰이는 주방 기기들이 쌓여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외식업 침체의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고정비 증가와 외식 수요 감소가 맞물린 데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재료비 등 가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꾸준히 오른 반면 경기 둔화로 외식 소비는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외식 소비 감소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실제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지난 1~7일)간 유흥업종 결제 추정 금액은 약 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식업종 결제 추정액은 1조1274억원에서 1조752억원으로 4.6% 줄었으며, 일식·중식·양식업종 결제액도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황이 둔화하면서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경제인협회 기업가정신발전소가 발표한 '기업가정신 및 경제교육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중 향후 진로로 창업을 선택하겠다는 의향도는 52점에 그치며 2년 전보다 4.7점 하락했다.

창업보다 폐업이 많은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서울지역 기준 외식업종 폐업률은 3.7%로 개업률(3.1%)보다 높게 나타났다. 폐업 점포에서 쏟아지는 물건은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줄 창업 수요가 마르다 보니 시장 내 물품 순환이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외식 소비 패턴이 구조적으로 변화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저녁 시간대 외식 수요가 크게 줄었고, 예전처럼 직장 회식이나 단체 모임 중심의 소비도 감소했다"며 "최근에는 개인적이고 프라이빗한 소비가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은 만큼 외식 소비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종 환경이 악화하면서 자영업 분야의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기술 교육과 직업 전환 지원 등을 강화해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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