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DNA(디옥시리보핵산)시대였다면 21세기는 RNA(리보핵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RNA는 DNA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 합성에 쓰는 유전물질이다. 2000년 이후로 RNA와 관련한 과학계의 혁신적 발견은 11개의 노벨상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RNA를 연구하는 과학 학술지의 논문과 특허 수는 매년 4배씩 늘었다.
저자는 1989년 RNA의 촉매 작용(리보자임)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로 RNA가 얼마나 중요하고 매력적인지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20세기 후반 DNA가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급부상했지만 RNA는 오랫동안 DNA의 조력자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차츰 RNA가 단순한 유전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생명의 조율자, 촉매제, 그리고 변혁의 주체임이 밝혀지면서 생물학, 의학, 생명공학의 혁신을 이끌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RNA에 대해 우리가 이해해야 할 첫 번째 사실은 RNA가 매우 다재다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DNA는 재주가 단 하나뿐이다.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것, 그게 전부다. 일단 RNA도 DNA와 똑같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적절한 예가 바이러스다.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RNA 기반 바이러스였다. 이에 대항하는 mRNA 백신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RNA의 가장 큰 매력은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원초성과 미래성을 모두 아우르는 신비로운 생명 물질이라는 점이다. RNA가 생명을 시작하는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원시 세계에서 어떻게 RNA를 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시험관에서 RNA가 스스로 만들어지는 기술을 보여줬다. 하지만 원시 지구의 조건에서도 완전한 자가 복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이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