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잇따라 흥행 성과를 내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글로벌 흥행과 함께 지식재산권(IP) 가치가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K콘텐츠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이 한국 콘텐츠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케데헌은 한국 문화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제작과 배급은 해외 기업이 맡았다. 흥행 수익과 캐릭터 IP를 활용한 굿즈, 파생 사업의 이익 대부분은 글로벌 플랫폼이 가져갔다. 케데헌 흥행으로 김밥, 라면, 한옥, 캐릭터 상품 등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실제 수익은 미국 플랫폼과 일본 제작사에 돌아갔다. 핵심 IP 확보에 취약한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업이 제작한 콘텐츠도 이 같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연료 등 비용이 급등하면서 제작비 자체 조달이 어려워진 국내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제작비를 선투자받는 대신 콘텐츠 저작권과 이를 통해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넘기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 ‘무빙’ 등이 대표 사례다. 제작사는 작품이 얼마나, 어디에서, 어떻게 소비되는지에 대한 핵심 정보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흥행 이후 IP 가치를 확장하거나 후속 사업을 설계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성민 방송통신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IP를 토대로 중장기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를 할 토대가 취약해진다면 지금의 K컬처 성장은 허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IP 산업의 취약성은 수치로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50대 글로벌 라이선서 명단에 한국 IP는 단 한 개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은 캐릭터·스토리 IP를 기반으로 의류, 완구, 유통, 엔터테인먼트 전반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라이선서인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 등 슈퍼 IP를 활용해 2024년 620억달러(약 90조원) 규모의 상품 판매를 기록했다. 뽀로로, 타요, 잔망루피 등의 IP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1위 라이선서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기준 라이선스 매출액이 180억원, 캐릭터 상품 매출액이 9000억원(약 6억2000만달러)이었다.
이 지점에서 일본과 홍콩의 사례는 K콘텐츠의 미래를 비춰보는 거울로 자주 거론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IP 경쟁력을 자랑하며 성장 중이다. NHK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전체 규모는 3조8407억엔(약 3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OTT에 의존하면서 제작사들이 라이선스 계약과 수익 배분에서 점차 불리한 위치로 밀려나고 있다.
넷플릭스가 2023년 한 해 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으로만 20억7400만달러(약 3조원)를 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으로 발생한 전체 매출 가운데 38%에 해당한다. 우수 IP를 보유해도 글로벌 OTT가 독점하는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방영권 라이선스 계약 등에서 열위에 놓이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조사 응답 업체 중 절반이 해외 플랫폼에서 시청 데이터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불리던 홍콩 영화 산업의 쇠퇴는 더욱 극단적인 사례다. 빠른 수익 확보를 위해 액션과 누아르 등 특정 장르에서 비슷한 영화를 양산한 탓에 경쟁력을 잃으며 글로벌 중심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 국제성·플랫폼·IP 주도권을 잃은 콘텐츠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쇠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과거에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잘 팔면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런 방식만으론 성장하기 힘들다”며 “K콘텐츠 등 IP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지속 수요를 창출하는 ‘록인(Lock-in)’ 전략을 적극 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티빙·웨이브 합병 법인 같은 대기업이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도록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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