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우수한 통신망 등 악용
“공무원,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캄보디아 내 스캠(사기)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범죄 조직들이 스리랑카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 비자 면제 입국제도, 풍부한 건물 임대 공간, 비교적 우수한 통신 인프라, 비공식 송금 시스템이 결합돼 범죄조직에게 매력적인 목적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리랑카 수사 당국은 사이버 범죄 전담 조직을 신설해 올해에만 10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이들 상당수는 관광객이 몰리는 서부 해변 지역이나 수도 콜롬보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경찰이 서해안의 한 주택을 급습했을 당시 150명이 이상의 외국인들이 사이버 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적발됐다. 며칠 뒤에는 콜롬보 인근의 아파트에서 외국인 120명을 추가로 체포하기도 했다.
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일부 조직은 대규모 복합시설 대신 호텔, 아파트, 사무실 등 단기간 임대가 가능하고 신속히 철수할 수 있는 장소로 활동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비자 정책·통신 인프라·비공식 송금망 악용
지난해 7월 발표된 미국 의회 보고서는 사기 조직들이 ‘규제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법 집행 능력은 약하지만 디지털 인프라는 우수한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에서 활동하는 일부 사기 조직 역시 주변 동남아 스캠 단지에서 빠져나온 인력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점차 세계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스리랑카의 느슨한 비자 정책이 인신매매와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스리랑카는 중국을 포함한 약 6개국에 비자 면제 입국을 허용하고 있는데, 관광 활성화를 위해 면제 국가를 40개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 역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 영향으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과거부터 스리랑카에 거주해왔는데, 이는 범죄자들이 현지 중국인들 사이로 쉽게 숨어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스리랑카 중국 대사관은 지난 3월 성명을 내고 “중국인을 포함한 사기 용의자 체포 소식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스리랑카의 발달된 통신 인프라, 지리적 이점, 친절한 국민성” 등을 사기 행위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스리랑카가 사이버 사기 범죄에 대처할 법적 체계를 잘 갖추지 못한 반면, 유심 카드 확보가 쉽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사기 조직에는 매력적인 점으로 꼽힌다. 특히 스리랑카의 비공식 송금망 ‘운디얄’의 경우 암호화폐를 포함한 사기 수익금을 규제 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빼돌리는 회색 시장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기 조직 제압할 시간 많지 않아” 경고도
다만 전문가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점점 더 정교해지는 범죄 조직들을 제압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딜루크시 한두네티 스리랑카 탐사보도센터 소장은 “스리랑카에는 법 집행에 문제가 있고, 범죄조직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며 “범죄자들은 단순히 관광 비자를 악용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줄리아 딕슨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연구원은 “핵심은 공무원들이 실제로 조치를 취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캄보디아처럼 상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지 여부”라며 “스리랑카 당국이 캄보디아보다도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 타국의 사례를 참고해 사기꾼들이 뿌리내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달랄 위라싱헤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는 스리랑카 금융정보원(FIU)이 불법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국내 수사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해외 당국과의 공조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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