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무대 위 황금빛 잎사귀의 정체…'쇼파드' 작품이었다 [민은미의 명품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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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의 공동 대표 겸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라인 슈펠레 / 사진제공. 쇼파드

쇼파드의 공동 대표 겸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라인 슈펠레 / 사진제공. 쇼파드

매년 5월 남프랑스 칸(Cannes)의 레드 카펫 위를 세계의 영화인들이 숨죽인 채 응시한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단 하나 ‘제7 예술(영화)의 성배(聖杯)’로 불리는 황금종려상(Palme d’Or)이다. 황금종려상은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중 단 한 명의 거장에게만 허락되는 대상이다. 한 시대를 관통할 만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스토리텔링에 바치는 찬사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켄 로치, 제인 캠피온, 그리고 2019년의 봉준호 감독까지. 세계 영화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꾼 이들의 손에는 언제나 이 황금빛 잎사귀가 들려 있었다. 올해 제79회 칸 영화제(2026년 5월 12~23일)는 황금종려상을 선정할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박찬욱 감독을 호명해 우리에게 더욱 특별했다.

2026년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 사진제공. 쇼파드

2026년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 사진제공. 쇼파드

황금 종려나무 잎사귀, 제7예술의 성배가 되다

이 황금종려상을 빚어낸 이는 바로 럭셔리 스위스 워치 & 주얼리 메종 쇼파드(Chopard)의 공동 대표 겸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라인 슈펠레(Caroline Scheufele)다. 1860년 스위스에서 탄생한 쇼파드는 무려 166년 역사의 메종이다. 정교한 스위스 워치 메이킹과 주얼리 장인 정신을 발전시켜 왔다. 캐롤라인 슈펠레는 1963년 브랜드를 인수해 글로벌 하우스로 키워낸 슈펠레 가문의 일원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쇼파드가 보석과 시계를 넘어, 영화계 최고 권위의 트로피까지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다. 칸 영화제가 선택한 올해 최고의 영화와 그 주인공이 들어 올릴 이 황금종려상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쇼파드와 칸 영화제의 인연은 1998년, 한 여성의 대담한 비전으로부터 시작된다.

2026년 5월 13일 '칸 레이디스 디너'를 주최한 쇼파드의 공동 대표 겸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라인 슈펠레 / 사진제공. 쇼파드

2026년 5월 13일 '칸 레이디스 디너'를 주최한 쇼파드의 공동 대표 겸 아티스틱 디렉터, 캐롤라인 슈펠레 / 사진제공. 쇼파드

캐롤라인의 꿈, 영화를 향한 사랑 고백

칸 영화제 초기에는 최고 상의 명칭이 '황금종려상(Palme d'Or)'이 아니었다. 대신 '국제 영화제 그랑프리(Grand Prix du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 1946~1954)'로 불렸다. 1964년부터 1974년까지는 황금종려상이 지급되지 않았으며, 영화제는 일시적으로 다시 '그랑프리' 체제로 돌아갔다. 황금종려상은 1955년에 만들어졌다. 칸 영화제의 로고이자 트로피를 장식하는 잎사귀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시인인 장 콕토가 만든 것이다. 1955년에 제정된 이래, 황금종려상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 왔다.

캐롤라인 슈펠레와 황금종려상 트로피의 인연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칸 영화제 위원장이었던 피에르 비오(Pierre Viot)와의 우연한 만남 자리에서, 그녀는 아크릴(Plexiglas) 피라미드 받침대 위에 종려나무 잎사귀가 얹어진 형태의 기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직접 보게 되었다. 캐롤라인이 피에르 위원장에게 자신의 본업은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그녀에게 황금종려상을 새로 디자인해 달라고 제안했다. 캐롤라인은 당시를 회상하며 “저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자 진정한 영광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제안이 성사되면서, 황금종려상은 1998년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좌] 2026년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 사진제공. 쇼파드  [우] 2026년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스케치 / 사진제공. 쇼파드

[좌] 2026년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 사진제공. 쇼파드 [우] 2026년 황금종려상(The Palme d’or) 스케치 / 사진제공. 쇼파드

19개의 황금 잎사귀와 크리스털이 이루는 황금종려상

황금종려상 트로피는 주얼리가 아니다. 하지만 트로피의 구조를 살펴보면, 철저히 하이 주얼리의 설계 공식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이 주얼리 오브제라고 표현해도 무리 없을 정도다. 트로피의 중심부는 18K 옐로 골드로 섬세하게 조각된 19개의 잎사귀가 차지한다. 이 잎사귀들이 뻗어 나온 줄기 끝의 단면은 쇼파드의 상징인 '하트' 모양을 이룬다. 이를 장인이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든 암석 크리스털(수정) 받침대에 고정시켜 특유의 볼륨감과 안정감을 완성한다.

이 한 점의 오브제를 위해 제네바 아틀리에의 장인들이 몰드 개발부터 900°C 이상의 고온 주조와 정교한 폴리싱 작업에 이르기까지 70시간이 넘는 전문 공정을 거친다. 크리스털은 독일과 스위스 광산에서 채굴된 순수한 크리스털이며, 금은 NGO 환경단체에서 공정 채굴(Fairmined) 인증을 한 광산에서 채굴한 골드를 사용한다. 2014년부터 올해 2026년에 이르기까지 황금종려상 제작에 100% ‘윤리적인 골드’만을 채택해 왔다.

이전의 황금종려상과 비교하면, 주얼리로 고안된 골드의 부드러운 곡선과 크리스털의 볼륨감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주얼러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단순한 트로피가 아니라 또 하나의 경이로운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쇼파드 트로피(Trophée Chopard) / 사진제공. 쇼파드

쇼파드 트로피(Trophée Chopard) / 사진제공. 쇼파드

[좌측부터] 사파이어와 아콰마린 목걸이, 피닉스 브로치, 카프 브로치, 버터플라이 시크릿 워치 / 사진제공. 쇼파드

[좌측부터] 사파이어와 아콰마린 목걸이, 피닉스 브로치, 카프 브로치, 버터플라이 시크릿 워치 / 사진제공. 쇼파드

‘쇼파드 트로피’와 2026 레드 카펫 컬렉션 '기적'

쇼파드의 파트너쉽은 황금종려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제 기간 심사 위원단이 수여하는 심사위원대상(Grand Prix, 작품상), 감독상(Prix de la mise en scène) 등의 모든 공식 트로피를 직접 제작한다. 2001년부터는 영화계의 라이징 스타들을 발굴하기 위해 '쇼파드 트로피(Trophée Chopard)'도 제정해 수여해 왔다.

[좌] 캐롤라인 슈펠레와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데미 무어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우]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벨라 하디드와 캐롤라인 슈펠레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좌] 캐롤라인 슈펠레와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데미 무어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우]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벨라 하디드와 캐롤라인 슈펠레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이와 더불어 칸은 캐롤라인 슈펠레의 창의적인 비전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또 다른 무대가 된다. 2007년부터 시작돼 매년 공개되는 쇼파드의 ‘레드 카펫 컬렉션(Red Carpet Collection)’은 칸의 밤을 수놓는 배우들과 함께 세상에 첫 번째 모습을 드러낸다. 매년 칸 영화제 개최 횟수와 동일한 숫자의 하이 주얼리 마스터피스를 컬렉션을 통해 선보이면서 쇼파드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2026 레드 카펫 컬렉션은 ‘기적(Miracles)'이라는 테마로 하이 주얼리 79점이 탄생했다. 데미 무어, 벨라 하디드, 조르지나 로드리게스, 카를라 브루니, 이자벨 위페르 등의 셀럽이 레드 카펫 컬렉션 피스를 착용하고 칸 영화제를 빛냈다. 장엄한 88캐럿의 로열 블루 사파이어 네크리스를 비롯해 피닉스와 카프(잉어) 브로치, 버터플라이 시크릿 워치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역동성을 하이 주얼리의 미학으로 변주해 냈다.

[좌]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데미 무어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우]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조르지나 로드리게스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좌]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데미 무어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우] 쇼파드 컬렉션를 착용한 조르지나 로드리게스 / 사진제공. 쇼파드 ©Olivier Borde

쇼파드가 칸 영화제에 들이는 이러한 정성은 스토리텔링을 향해 나아가는 아티스트들에 바치는 메종의 열정이다. 그 중심에는 차가운 광물에 영화의 내러티브를 결합하고, 럭셔리의 사회적 책임을 묵묵히 실천해야 한다는 캐롤라인 슈펠레의 비전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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