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사 첫 공동파업…판교 덮친 ‘N% 룰’

3 days ago 10

2차 조정 결렬, 쟁의권 확보
본사·계열사 5곳 파업 투표도 가결
영업익 15% vs RSU 셈법 충돌
반도체발 성과급 불씨 IT 확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임금 교섭 결렬의 책임을 경영진에 묻겠다며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2026.5.20 ⓒ 뉴스1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임금 교섭 결렬의 책임을 경영진에 묻겠다며 대규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2026.5.20 ⓒ 뉴스1

카카오 노사(勞使)의 임금 협상 2차 조정이 2026년 5월 27일 최종 결렬됐다.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사와 주요 계열사가 연대하는 사상 첫 공동 파업 위기를 맞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영업이익 N% 배분(N% 룰)’ 요구가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기술(IT) 업계로 옮겨붙으며 노사 갈등이 전방위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8시간 넘게 이어진 카카오 노사 2차 조정 회의 끝에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사측과 민주노총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가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산정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이로써 카카오 본사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앞서 5월 20일에는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5개 법인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됐다. 노조는 6월 중 단체행동을 강행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영업익 15%와 RSU 셈법 충돌

노사가 가장 팽팽하게 맞서는 핵심 쟁점은 성과급 규모와 지급 방식이다. 특히 ‘N% 룰’ 도입 여부와 그 적용 폭이 최우선 관건으로 꼽힌다. N% 룰은 매년 진행하는 임금 협상과 별개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상한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약정하는 보상 방식을 말한다.
노조는 카카오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8조 991억 원, 영업이익 732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본사 노조는 전체 영업이익의 13~14%를, 일부 계열사 노조는 15% 수준을 보상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매년 지급해 온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둘러싸고도 해석이 갈린다. 카카오는 기존 500만 원 상당의 RSU와 2월 성과급을 합쳐 ‘영업이익 10% 수준’의 보상안을 내놨다. 반면 노조는 RSU를 기존 보상의 일부로 보고 신규 성과급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선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등 국민 생활 인프라급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 유지 보수 인력은 확보한 상태”라며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어 전면 중단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규 기능 출시나 업데이트 일정에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발 ‘N% 룰’ IT 업계 상륙

이번 사태는 산업계 전반으로 번진 ‘N% 룰’ 요구의 연장선에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에서 불붙은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를 거쳐 IT 대장주 카카오로 옮겨붙은 셈이다.

한국 산업계의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익 변동성을 외면한 일괄적 수익 분배 강제가 결국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은 미래 투자와 경기 변동, 글로벌 경쟁 환경까지 두루 반영해야 하는 전략적 재원”이라며 “이를 일정 비율로 고정 배분하면 연구개발(R&D)이나 신사업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인공지능(AI)처럼 대규모 선행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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