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85] 우람한 몸집에 고기와 술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남자. 사냥과 낚시를 즐기면서 줄담배를 피워대는 남자. 언제나 고함을 질러대며 테스토스테론을 줄기차게 뿜어냅니다. 세상 마초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그릇입니다.
야심한 밤, 집으로 돌아온 그가 침실로 들어섭니다. 그의 표정이 야릇합니다. 그런데 웬걸. 사내다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소녀같은 얼굴로 여자를 바라봅니다. 머리를 짧게 올려 친 여인은 이 일이 익숙한듯, 사내를 거칠게 몰아붙입니다.
남자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침대에 강제로 눕힌 뒤 속옷을 벗깁니다. 이어지는 거친 애정행각. 방안은 어느덧 사내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합니다. 성역할의 전복이었습니다.
‘롤플레이’를 즐긴 사내의 이름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였습니다.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있거라’는 세계적 명저를 서술한 소설가이자,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가했을 정도의 열정적인 행동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