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관세 우려에
에너지업체들 투자 늦출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석유·가스 가격을 낮추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이상한 방식으로 실현됐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4일 뉴욕상업거래소(N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1.99달러로 2021년 4월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일(3일) 전날인 2일 대비 13.5% 급락한 수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뿐 아니라 취임 직후에도 화석연료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미국의 석유·가스 자원을 적극 개발해 국제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업체들에게 더 많은 원유·가스를 생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는 상호 관세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에너지 가격을 끌어내린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당황하는 모양새다.
WSJ는 “그의 친구들(석유·가스 업계 관계자)은 그가 세계 경제를 뒤엎고 그렇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에너지 업체들은 관세 여파로 인한 원유 공급 과잉 우려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요 산유국간 글로벌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다음달부터 하루 41만1000배럴을 증산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관세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까지 겹쳤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부과로 자원 탐사에 필수적인 시추공 굴착 비용까지 상승하는 추세다. 공급 과잉 문제에 비용 상승까지 겹친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마이웨이’로 에너지 업체들의 투자 움직임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선뜻 증산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 회사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사장은 “저유가 상태가 지속된다면, (생산량) 감축이 이뤄지는 것을 보게 될 수 있다”며 “향후 몇달 동안 관세 영향이 발생할 때까지 지출을 줄이거나 추가 지출을 연기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WSJ도 “현재 원유 가격은 결국 셰일 업체들의 투자 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가격”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