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이른바 ‘공모주 투자로 치킨 값 벌기’는 옛말이 됐다. 기업공개(IPO) 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의 두 배 상승)은커녕 공모가를 밑돌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기업이 하반기 들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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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피와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 29개사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91.43%다.
이 중 우진엔텍(457550)과 현대힘스(460930)가 각각 공모가보다 300% 상승 마감했고 이닉스(452400)(165.0%), 스튜디오삼익(415380)(121.67%), 케이웨더(068100)(137.14%), 케이엔알시스템(199430)(100.37%), 엔젤로보틱스(455900)(225.0%), 아이엠비디엑스(461030)(176.92%), 노브랜드(145170)(287.86%), 하이젠알앤엠(160190)(116.57%) 등도 상장 당일 1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하반기 공모주 44개 종목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1%에 그쳤다. 특히 상장 당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단 한 건도 없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전체 중 절반 이상인 24개사가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 ‘상장 첫날=급등’이라는 공식이 무색해진 셈이다.
하반기 상장 기업 중에는 첫날 수익률이 세자릿수를 기록한 기업이 티디에스팜(464280)(8월21일, 300%)과 위츠(459100)(11월20일, 129.53%) 두 곳뿐이다. 전통적으로 IPO 성수기로 꼽히는 11월에도 상장기업 13개 중 더본코리아(475560)(51.18%)와 위츠 2곳을 제외하고는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하반기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 수익률이 11.4% 하락하는 등 시장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공모주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심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시장전체(코스피·코스닥·코넥스) 공모금액 합계는 1조 893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528억원) 대비 80%가량 증가했지만 하반기 공모금액 합계는 2조 2964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 8087억원보다 오히려 20% 가까이 줄었다.
업계에서는 공모주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내년 IPO 시장 냉각 역시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상장 예정이던 일부 기업에는 당국이 청약과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늦추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금 조달 등 계획이 당초 일정에서 벗어나면서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2월 IPO를 진행 중이던 삼양엔씨켐, 데이원컴퍼니, 모티브링크는 상장 일정을 내년 초로 변경했고 이달 코스닥 상장 예정이던 반도체 장비기업 아이에스티이는 상장을 철회하고 심사 효력이 유지되는 내년 4월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앞서 오름테라퓨틱, 씨케이솔루션,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등이 올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