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이전 단계로 일부 인지기능은 저하됐지만 일상생활 기능은 상당 부분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증상 진행이 느리고 환자별 증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효과 입증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주도로 지난 2020년부터 약물 효능을 최종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재평가가 진행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출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 결과 효과 입증을 위한 핵심 기준인 1차 평가 지표(인지기능 유지, 개선 비율 등)는 통계적 유의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추가 분석과 현장 데이터 기분 코호트 연구에서는 장기 복용 시 치매 진행 위험을 일부 낮추거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결과가 관찰됐다. 특히 치료 기간과 복약 순응도가 증가할수록 증상 개선 폭이 확대되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한다. 해당 임상은 퇴행성 경도인지장애 환자와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환자 각각 426명 등 총 8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경도인지장애 증상 개선 효과 평가, 48주 임상으로는 한계
특히 해당 임상은 48주 임상시험으로 설계됐는데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경도인지장애처럼 변화 폭이 작고 진행 속도가 느린 질환은 짧은 임상으로 유효성을 평가하기 제한된다는 의견이다. 짧은 임상시험 기간으로 인해 핵심 지표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분석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투여군 결과는 위약군보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미리 정한 핵심 지표 통계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임상시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충족하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시험계획을 지키고 일정 수준 이상 약을 복용한 환자군(PPS) 분석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도출됐다고 한다.
종근당 PPS 분석에 따르면 인지기능이 유지되거나 개선된 환자 비율은 콜린알포세레이트 투여군이 67.83%, 위약군이 60.07%로 집계됐다. 투여군이 7.76% 높은 수치로 p값은 0.0482로 통계적 유의성 기준인 0.05 미만을 충족했다.PPS 분석은 의약품을 정해진 방식대로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았거나 임상에서 중도 이탈한 환자를 제외하기 때문에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보다 결과가 유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는 임상 참여 제약사 전체 결과보고서를 분석해 보조지표 타당성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지기능이 비교적 양호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48주 동안 인지기능 유지·개선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단계에서도 1차 유효성 평가를 위해 최소 18개월(78주) 이상 추적관찰을 표준적으로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처방 수요 높지만 효과 입증 요구 이어지는 딜레마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생성을 돕는 성분이다. 국내에서는 뇌혈관 질환이나 퇴행성 뇌 질환에 따른 기억력 저하, 착란, 의욕 저하, 집중력 감소 등을 개선하는 목적으로 처방됐다.
하지만 국내 처방 규모가 연간 수천억 원대로 커진 것과 달리 해외 주요 치료 지침에서는 폭넓게 사용되지 않았다. 효과를 입증할 대규모 임상시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식약처가 2020년 제약사들에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을 다시 입증하도록 한 주요 이유다. 종근당은 퇴행성·혈관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고 대웅바이오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종근당이 진행한 임상 결과다. 대웅바이오가 맡은 치매 환자 대상 임상은 아직 진행 중이다.제약업계에서는 임상 핵심 지표를 설정할 때 보다 정밀하게 질환 특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령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기억력 등이 떨어졌어도 일상생활은 가능한 경우가 많고 치매 진행 속도가 환자마다 큰 차이를 보여 짧은 임상 기간으로 지표를 충족하는 효과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거론되지만 레켐비는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의 저하 정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CDR-SB에서 위약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 18개월 후 두 집단의 점수 변화 차이는 0.45점이었으며, 질환 진행 속도를 위약 대비 27% 늦춘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0.45점이라는 차이가 환자와 보호자가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변화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초기 치매 영역에서는 절대적인 평가 점수보다 질환 진행을 늦추는 효과 자체가 치료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레켐비는 48주가 아닌 78주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번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복약기준을 준수한 참여자 집단(PPS)과 보조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도“이번 결과는 장기간 임상시험이 이뤄질 경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인지기능 유지·개선 효과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레켐비의 경우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치료 효과와 별개로 비용 부담과 환자 접근성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고 1년 약값만 약 300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맥주사 제형으로 병원을 반복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체 의약품 제한… “현실적 가치 고려해야”
제약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현실적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이 높고 선별급여 적용 이후에도 다른 고가 신약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항체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간 복용 가능한 경구 치료 옵션은 치매 전 단계 환자 관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의견이다.
또한 은행엽제제와 니세르골린 역시 일부 환자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나 임상 근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임상과 실사용 근거가 축적되면서 진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주요 치료 옵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장기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 한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는 질환 진행이 느리고 환자별 양상이 다양해 단일 임상 지표만으로 약제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모든 환자가 고가 주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경구용 기존 치료제의 접근성과 장기 사용 경험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초고령사회에서 치매 전 단계 환자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치료 옵션이라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도네페질과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다른 치매 치료제가 있어 대체자가 없다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사용 대상과 허가 범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옵션 확보 차원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필요성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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