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코스맥스가 상하이에 '원스톱 허브' 짓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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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코스맥스가 상하이에 '원스톱 허브' 짓는 이유

“상하이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줍니다.”

중국 상하이에 신사옥 개소를 준비 중인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코스맥스는 세계 19곳, 상하이에만 4곳의 공장을 두고 있는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다. 하반기 공개될 상하이 신사옥의 특징은 1만3223㎡(약 4000평) 부지에 세워지는 ‘원스톱 허브’라는 것이다. 단순한 사옥이 아니라 스마트팩토리와 연구개발(R&D) 기능까지 갖췄다.

이 회장은 “R&D센터와 생산시설을 한곳에 두려고 했을 때 성격이 다른 각 시설에 적용되는 규제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상하이시가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줘 착공이 수월해졌다”고 했다. 상하이가 ‘적극 행정’을 펼친 덕에 신사옥의 원스톱 모델이 쉽게 구현됐다는 얘기다.

코스맥스는 최근 ‘다국적 기업 지역본부’ 인증도 받았다. 이 인증은 상하이시가 유망 해외 기업에 주는 인센티브 패키지다. 임차료 보조금부터 통관 간소화, 외환 운용 편의까지 한꺼번에 제공한다. 핵심은 ‘상하이 호구’ 패스트트랙이다. 중국에서 따기 가장 어렵다는 상하이 거주권(호구) 등록을 코스맥스 R&D 인력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인재 영입을 직접적으로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시의 지원을 받는 기업은 코스맥스뿐만이 아니다. 테슬라의 ‘기가 상하이’는 착공에서 가동까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상하이시는 테슬라 공장을 ‘시급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구(區) 정부와 부처 10여 개가 참여하는 전담팀을 꾸렸다. 인허가부터 용지·환경·외환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했다. 애플, 월마트, 포드 같은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 1084곳과 외국계 R&D센터 647곳이 지금 상하이에 있다.

해외 현장을 경험한 기업은 국내 지자체와 시설 투자를 논의할 때면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 결정 전까지는 당근책을 내놓지만 막상 실무 단계에 들어가면 경직된 규제 해석과 부서 간 핑퐁 행정에 진을 빼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수년 전 충청권에 있는 한 중견 에너지 기업이 공장 증설을 위해 부지를 확보했지만, 환경영향평가가 길어지고 지자체가 건축 허가를 미루면서 2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한 게 대표적이다. 그사이 해외 바이어가 공급처를 중국 기업으로 변경해 계약이 파기됐다.

기업은 국경을 넘나들지만, 행정이 경직된 곳에는 자본과 기술이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기업을 붙잡는 건 거창한 보조금뿐만이 아니라 막힌 길을 뚫어내려는 행정의 작은 유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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