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료 혁신하다가 감옥 갈 판인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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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료 혁신하다가 감옥 갈 판인 기업인들

“이젠 광고만 해도 잡혀갈 판입니다.”

14일 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의료법 개정안 대안’을 살펴본 뒤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를 제도권에 편입시키겠다며 내놓은 법안이 오히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패키지에 가깝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와 의정 갈등 상황에서 가벼운 질환의 의료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처럼 의료 공백을 메워 온 비대면진료를 더 이상 시범사업으로 남겨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국회 내에서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8명이 각기 다른 법안을 발의했고, 복지부는 이를 하나로 정리한 대안을 내놨다.

문제는 이 대안에 혁신을 저해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는 점이다. 거주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다른 경우 초진 비대면진료를 금지하는 ‘거주지 제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업계는 물론 지방 의료계도 “비대면진료는 수도권의 넘치는 의료 서비스 수요를 지방이 흡수할 수 있는 통로”라며 거주지 제한에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안은 또 의료인의 의료적 판단 개입, 의료서비스 및 의약품 오·남용 조장, 특정 의료기관·약국 추천 등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의무사항’을 담았다. 이를 어길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반면 의료인의 금지 행위 위반은 대부분 최대 1년 면허 정지나 500만원 이하 벌금 수준에 그친다.

정부안대로라면 정상적 서비스까지 불법으로 간주될 위험이 높다. 병원·약국 리뷰, 약 복용 리마인더 같은 기본적 편의 기능조차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약품에 대한 선택 유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의료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플랫폼의 순기능조차 제대로 시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이용하라는 광고만 해도 ‘의약품 오·남용 조장’이라며 민원이 들어온다”며 “정부안이 그대로 법제화된다면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며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거듭 강조해왔다. 정작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대안에 사실상 국회에 계류된 여러 안 중 ‘가장 강한 규제’만 골라 담았다. 네거티브 규제와는 거리가 한참 먼 법안이다. 물론 플랫폼의 오남용을 막는 기준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정부안에서는 혁신도, 소비자의 편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복지부는 대통령의 원칙을 반영한 새로운 대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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