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9000만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진행하는 해외 인공지능(AI) 연구자 유치 사업 ‘이노코어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박사후연구원 연봉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장벽을 높이자 정부는 고급 두뇌의 국내 복귀를 목표로 지난 27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한·미 연구교류협력 간담회를 열었다.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노코어 프로젝트를 비롯해 해외 과학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소개했고, 참가자들도 진지하게 경청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헛바퀴를 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 스탠퍼드대 등 명문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는 연구원이다. 미국 잔류와 국내 복귀를 저울질하는 인재들이다. 이들 앞에서 연봉을 제시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부가 제시한 연봉이 국내 대학의 박사후연구원보다야 많겠지만, 미국 빅테크가 제시하는 수십만달러 급여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고급 인재를 국내로 불러올 길은 없는 것일까. 그 해답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두 명을 배출한 구글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구글 본사에서 만난 구글 퀀텀AI의 창립자 하르트무트 네벤 부사장은 구글이 기초과학에서 연구 성과를 낸 비결로 ‘재미’를 꼽았다. 그는 “구글은 창업 때부터 공학과 과학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며 “흥미진진하고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연구할수록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오늘의 연구가 내일의 발견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양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세상을 앞당기는 혁신의 토대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구글처럼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자금을 쏟는 기업은 흔치 않다. 정부와 대학이 구글처럼 움직이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연구를 위한 장비 정도는 제대로 갖출 필요가 있다. 네벤 부사장은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선 같은 사소해 보이는 기술까지 모든 구성 요소가 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 연구 인프라에 대한 독보적인 투자가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만난 한 과학기술특성화대 교수는 “과학 연구자들은 돈을 안 줘도 함께 꿈을 실현할 동료가 있다면 어디든 간다”고 했다. 좋은 동료는 다시 말해 좋은 연구 인프라다. 하지만 국내 대학 대부분이 AI 연구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해외 인재를 유치할 수단으로 연봉을 앞세우는 건 오히려 이들을 무시하는 것 아닐지 씁쓸한 입맛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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