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편의문제 이상의 정비사업 전반 패러다임 전환”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간 수주경쟁이 사라지고 있다. 매몰비용 등 입찰을 통한 출혈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 입장에서도 비용·시간 논쟁을 줄일 수 있어 수의계약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1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6·7단지는 최근 수의계약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사업장은 두 차례에 걸친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단독 참여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돌입했다. 유력한 업체는 두 차례에 걸친 입찰에 모두 참여한 DL이앤씨다. 잠실우성 1~3차 역시 GS건설 단독 입찰이 예상되면서 수의계약으로의 전환이 유력한 상태다.
지난해 수주경쟁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 정비사업장은 부산 시민공원촉진2-1구역과 영등포 한양아파트 재건축 2곳에 불과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2곳 이상 건설사가 시공권 확보를 위해 경쟁하는 사업장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입찰 과열로 인한 부작용과 사업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조합과 시공사 모두 보다 빠르고 확실한 수의계약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원자재·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으로 늘어난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도 수의계약 증가에 영향을 미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의계약은 건설사에게 장점이 많다. 입찰 경쟁 없이 안정적 수주 확보가 가능해 설계,계획 초기단계부터 관여할 수 있어 공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일부 건설사는 조합 출범 초기부터 홍보를 강화하고, 시공 전 사전 협의를 통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반면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어렵고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조합원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갈등 유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런 문제를 감안해 수의계약을 ‘예외적 방식’으로 한정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정비업계는 앞으로도 수의계약 방식을 선택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입찰이 잇따라 무산된 현장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과거 ‘최저가 낙찰’ 중심에서 ‘이상적 파트너’로 이동하는 등 향후 조합과 건설사, 정책당국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