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김단비가 21일 BNK와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평균 1위의 출전 시간에 본인도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코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단비(34·아산 우리은행)가 다시 한번 철인의 모습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21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BNK와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68-66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이기며 2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1위 BNK와 승차를 1경기로 좁히면서 선두 경쟁에 불을 붙였다. 또한 상대팀 BNK의 개막 6연승 행진을 마감시키고 첫 패를 안기는 소득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김단비는 우리은행을 멱살 잡고 승리로 이끌었다. 1쿼터 포스트업 이후 리버스 레이업을 통해 첫 득점을 올린 이후 꾸준히 골밑을 공략했다. 피지컬을 이용해 파고들자 강력한 수비를 지닌 BNK도 흔들리며 점수를 연이어 내주고 말았다.
3쿼터 한때 10점 차(33-43)로 뒤지던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활약 속에 격차를 좁혔고, 끝내 경기를 뒤집기도 했다. 김단비는 자신에게 수비가 쏠린 사이 볼을 빼주면서 동료들에게 공격 기회도 만들어줬다.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든 후에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고, 50초를 남겨두고 결승 점퍼를 성공시키며 완벽한 마무리로 이어졌다.
이날 김단비는 팀에서 가장 많은 42분 39초를 뛰면서 30득점 12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투혼을 펼친 김단비의 활약 속에 이명관이 막판 공격력이 살아났고, 복귀전을 치른 김예진이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우리은행은 끝내 이길 수 있었다.
경기 후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김)단비는 자기 역할 다 했다"면서 "상대(BNK)가 인사이드가 약한데, 단비가 들고 들어가서 넣었다. 상대에는 단비를 막을 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단비(오른쪽)가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김단비는 "한 게임 이기는 게 참 힘들다"면서도 "주장으로서 오늘 우리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잘해줘서 고맙다"고 동료들을 칭찬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김단비는 평균 38분 23초를 뛰었는데, 이는 6개 구단 선수 중 가장 긴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26.1득점 11.0리바운드 2.7스틸 1.4블록으로 이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1라운드 MVP를 수상한 건 덤이었다. 김단비의 '하드캐리'에 후배들은 "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이에 김단비는 "말만 그렇게 한다. 제가 힘들어서 쓰러지면 '일어나라'고 한다"며 "미안한 사람의 태도일까요"라고 하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그런 마음 안 가졌으면 한다. 저를 도와준다 생각하지 말고 코트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 다하길 바란다. 당돌하다는 소리 듣는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긴 시간 플레이에 힘들진 않을까. 김단비는 "힘들다. 쉴 때도 힘들고 밥 먹을 때도 힘들다"며 "감독님이 힘든 척 하지말라는 데 진짜 힘들다,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연장에서도 플레이가 좋았다'는 말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감독님이 하라는 걸 계속하면 나중에 탈이 난다"며 "분배하려고는 하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고도 밝혔다.
김단비는 공격에 있어서 상대가 누구라도 자신감 있게 돌파한다. 이에 대해 그는 "내 밸런스만 맞으면 누가 와도 자신있는데, 안 맞으면 누가 와도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미스매치인데 공격 안하냐' 하는데 느낌이 안 와서 공격 못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무서울 게 없지만, 본인 밸런스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해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올해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합류한 우리은행은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에도 선전했고, 이제는 호흡이 맞아가고 있다. 김단비는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한 게임 한 게임 이기는 게 좋다"며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은 생각도 못한다. 열심히 하고 결과 받아들이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단비(가운데)가 21일 BNK전 승리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