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만화도서관 개관
기부 받은 500권 등 서가에 가득
태블릿-PC 배치해 웹툰도 그려
21일 경기 김포시 김포만화도서관 아동용 서가. 성인 손바닥 크기의 알록달록한 신발 10켤레가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 인근 유치원에서 놀러 온 5세 반 아이들이 서가에 꽂힌 만화책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한 아이는 원통을 잘라 만든 듯한 아늑한 공간에 폭 들어가 있었다. 교양만화 ‘WHY? K-POP’의 책장을 넘기는 얼굴이 사뭇 진지했다.이날 개관한 김포만화도서관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KB국민은행 후원을 받아 김포시 민원콜센터 1층에 195m²(약 59평) 규모로 조성됐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전국 각지에 도서관을 만들고 있는데 만화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 도서관 주변에 초등학교가 여럿 있는 만큼 아이들이 보다 도서관을 자주 찾았으면 하는 취지에서 만화책 수가 많다. 물론 일반도서도 취급하고 있다.
현장을 찾으니 만화책이 서가에 가득했다. ‘유미의 세포들’, ‘미생’, ‘정년이’ 등 인기 웹툰 단행본부터 절판된 만화책의 초판본까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화도서관 개관에는 기증자의 도움도 큰 몫을 했다. 김모 씨는 6개월 전에 20대로 세상을 떠난 딸이 애지중지하던 만화책 약 500권을 기증했다. 1999년 발행된 ‘검정고무신’, 절판된 ‘먹짱!’, ‘유유백서’는 상태가 좋아서 마치 새 책 같았다. 개관식에서 만난 김모 씨는 “웹툰 작가 지망생이던 딸이 만화책을 무척 아껴서 햇빛에 종이가 바래지 않도록 천으로 덮어둘 정도였다”면서 “내가 관리하면 책들이 손상될 것 같아 기증하게 됐다”고 전했다.
도서관 한편에는 웹툰 그리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태블릿과 PC도 넉 대 설치됐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피스, 짱구 피규어가 서가 위에 놓여 있었고 포켓몬스터 노래도 흘러나왔다. 지역 주민들은 김포만화도서관이 신곡초, 보름초, 신곡중학교 등과 인접해 있어 아동, 청소년을 위한 문화교육시설이 될 것을 기대했다. 개관 당일부터 찾아온 신곡초 6학년 최정훈 군은 “웹툰보다 종이책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마법천자문’과 ‘수학도둑’을 다 읽고 싶다”고 말했다.이날 개관식에는 김병수 김포시장, 김수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대표, 김은덕 KB국민은행 강서지역그룹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병수 시장은 “우리 아이들이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산파 역할을 하는 작은 도서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대표는 “책을 읽으면 마치 아는 길을 가듯, 살아본 삶을 살듯 익숙한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여유가 있고 행복하다”며 “실패 없이, 실수 없이, 불행 없이 살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포=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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