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적은 대상자한테 출국금지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8일 A 변호사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2022년 성남FC 감사를 지낸 A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 및 통지유예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후 A 변호사에 대한 출국금지를 두차례 연장했고, 이를 A 변호사에게 알리지 않았다. A 변호사는 변호사회 관련 행사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려다가 자신이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당일 A 변호사 요청에 따라 출국금지 해제 결정이 이뤄졌지만, 이미 비행기는 떠난 뒤였다.
이에 A 변호사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법무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출국금지 결정 자체는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통지유예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법무부가 A 변호사에게 위자료 18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에선 위자료 금액이 585만원으로 상향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출입국금지법에 따라 법무부는 ‘범죄수사에 중대하고 명백한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출국금지 결정의 통지유예를 허용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 대해 “출국금지 결정의 통지 그 자체로 인해 출국금지 대상자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출국금지 결정 및 그 연장결정의 통지유예에 대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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