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격선수 유연수의 도전
프로축구 제주 골키퍼로 활약… 음주차량에 치여 하반신 마비
절망 딛고 사격으로 꿈 키워… “새로운 도전의 아이콘 되겠다”
유연수(27)에게 2022년 10월 18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제주의 골키퍼이던 유연수는 이날 아침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전도유망한 프로 3년 차 선수였던 그는 꿈을 펼칠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1년간 재활에 몰두했지만 2023년 11월 결국 은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유연수는 “다리를 잃은 것보다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그가 선택한 것은 장애인 사격이었다. 장성원 BDH파라스 감독과의 만남이 그를 사격의 길로 이끌었다. 장 감독은 유연수에게 “네가 불편한 몸을 갖게 됐지만 조금이라도 행복하고 재밌게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국가대표가 되지 않아도 좋다. 우리 팀에서 재밌게 운동하면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게 내 목표이자 꿈이다”라고 말했다. 유연수는 “장 감독님이 내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한평생 사격은 놀이공원에서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함께라면 최고가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사격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개월간 기본기를 다진 유연수는 17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25년 대한장애인사격연맹회장기 전국장애인사격대회 SH1 공기소총입사 R1 종목에 출전해 14명 중 14위를 했다. 성적으로는 최하위였지만 장애인 사격 선수로서 첫발을 내디딘 ‘의미 있는 꼴찌’였다.
유연수는 “언젠가 패럴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게 최고의 목표다. 그 목표는 내가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장애로 꿈을 잃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내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20일은 제45회 장애인의 날이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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