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형 성장' 한계 다다른 韓…"창조적 파괴로 자원 재배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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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26 18:00 수정2026.03.26 18:00

우푹 아크치킷 교수. 사진=산업연구원

우푹 아크치킷 교수. 사진=산업연구원

대기업에 묶인 인재와 자원을 혁신 기업으로 이동시키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우푹 아크치깃 시카고대 경제학과 석좌교수(사진)는 26일 산업연구원(KIET) 개원 50주년 국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국 경제가 ‘성장 정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같이 제안했다. 한국은 이미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최근 총요소생산성(TFP)이 떨어지며 더 이상 쉽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아크치깃 교수는 성장의 핵심을 ‘창조적 파괴’로 설명했다.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고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흐름이 있어야 경제 전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정체는 변화가 멈출 때 생기고, 성장은 끊임없는 교체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기업들이 정치적 연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정부 지원도 일부 대기업에 쏠리면서 인재와 자본이 새로운 기업으로 이동하지 않는 구조를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발명가들의 창업 비율이 크게 줄어드는 등 혁신 인재가 기존 대기업에 머무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크치깃 교수는 해법으로 “산업정책이 특정 기업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인재가 더 생산적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지원 확대와 교육 투자 강화 등을 통해 ‘움직이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사들도 산업정책의 방향을 두고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기 라란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각국이 산업정책을 다시 강화하는 흐름을 소개했다. 미·중 갈등, 공급망 불안, 탄소중립 등 새로운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개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산업정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목표를 명확히 하고, 정책 효과를 계속 점검하지 않으면 오히려 비효율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RIETI)의 이케우치 켄타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사례를 들어 ‘혁신의 편중’ 문제를 짚었다. 일본은 연구개발 투자가 늘었지만, 그 성과가 일부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중소기업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이 일부 기업에만 머물면 산업 전체 경쟁력은 올라가지 않는다”며 AI와 디지털 전환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경제연구소(TIER)의 코셩 리엔 연구실장은 대만의 산업 구조 변화를 소개했다. 대만은 반도체처럼 성공한 산업도 있지만, 스마트폰·LCD처럼 한때 성장했다가 사라진 산업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살아남으며 산업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정부는 방향을 제시하되, 실제 경쟁력은 민간에서 나온다”며 중소기업에도 기회를 주는 정책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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