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이번 사건 변론을 지난달 26일 마무리하고 판결문 작성 등 선고 준비에 한창이다. 재판부는 각 두 차례씩 변론과 조정으로 조기 결론을 이끌어 내려 했다. 하지만 양 측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마지막 변론 직후 노 관장 대리인 이상원 변호사는 “양 측 모두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각자에게 유리한 입장을 전달하고 마무리됐다”고 법정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 주요 쟁점으로 재산분할의 기준이 되는 혼인 기간을 꼽는다. 단순한 혼인 기간과 혼인공동체가 실질적으로 유지된 기간이 다를 경우 재산분할 비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인 기간은 재산 형성 및 가치 증가에 대한 각 배우자의 기여도 평가에도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결혼해 이혼이 인정되기까지 약 37년간 법률상 혼인 관계를 유지했다. 반면 부부로서 공동체로 지내온 시간은 이보다 짧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법리 다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최 회장 측에 따르면 두 사람 혼인 관계는 지난 2006년경부터 사실상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노 관장도 재판 과정에서 2011년부터 장기간 별거 생활을 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후 최 회장은 2015년 언론에 공개한 편지를 통해 사실상 혼인 관계가 종료됐다고 밝혔고 2017년에는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이 약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과를 고려하면 양 측이 남남으로 살아온 시간은 20여 년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재산분할 과정에서 법률상 혼인 기간과 실질적인 혼인공동체 유지 기간을 동일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하거나 유지·증식한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 있다. 하지만 혼인공동체가 사실상 종료된 이후 발생한 재산 가치 증가까지 일률적으로 공동 성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 등 주식 가치 상당 부분이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종료된 이후 에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실제로 최 회장 측은 기업가치 상승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변화와 대규모 투자, 경영 의사결정, 시장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특히 혼인공동체가 사실상 종료된 이후의 가치 증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재산분할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경영활동을 통한 SK그룹의 성장에 가사와 자녀 양육 등 내조가 뒷바탕이 됐다고 주장하면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세 자녀들이 청소년기 해외 유학 중이었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혼인공동체가 해체된 이후 배우자 일방의 경영활동이나 시장 변화로 발생한 재산 증가분은 증가 원인과 배우자 기여 여부를 개별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번 사건이 단순히 재산 규모를 넘어 우리나라 재산분할 법리 기준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족법 전문 변호사는 “재산분할은 혼인 생활의 기여를 반영하는 제도로 혼인 종료 이후 발생한 모든 경제적 성과를 자동으로 공유하는 제도가 아니다”며 “실질적인 혼인공동체 유지 기간과 이후 재산 증가 연관성, 배우자의 기여도 인정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히 법적인 혼인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재산 증가분 전체에 동일한 기여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장기간 별거와 혼인 관계 파탄이 입증되거나 인정되는 사안에서는 증가한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보다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혼인공동체의 실질적 존속 시점과 이후 발생한 기업가치 상승의 성격, 각 배우자의 기여 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냐에 따라 재산분할 범위와 규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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