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고등학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3년 더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단독 처리한 법안으로, 국회 재의결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최종 폐기된다.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을 언제든 탄핵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그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치적 부담을 감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안을 의결하며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가 지혜를 모아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가운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정부는 무상교육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재원 여건하에서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방교육 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금은 국민의 혈세를 아끼고 아껴가며 민생 경제 회복에 재정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법은 고교 무상교육 소요 예산 중 47.5%를 앞으로 3년 더 국비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며 비용의 47.5%를 중앙정부가, 47.5%를 시·도 교육청이, 5%를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다만 국비 보조는 5년간만 유지하기로 법에 명시했다.
당시 정부는 일단 시행한 뒤 재원 마련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이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당초 국비 부담을 약속한 5년이 지났고, 민주당은 그 시한을 3년 더 늘리는 법안을 발의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올해 국비 944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도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교육청에 나눠 준다. 지난 몇 년 동안 세수가 많아져 교부금 규모는 2020년 58조1471억원에서 올해 72조3000억원(잠정치)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초·중·고 학령인구는 547만 명에서 511만 명으로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학생 1인당 평균 교부금이 약 1000만원에서 2060년 약 5400만원으로 뛸 것으로 분석했다.
지방교육교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되다보니 전 학생에게 각종 지원금 명목으로 20만~30만원을 나눠 주거나 교육청 직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사례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까지 망가뜨리며 민생 지원을 거부한 최 권한대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 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