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최근 바이오 소재 기업 아미코젠(092040)의 소액주주 연대가 최대주주이자 창업자인 신용철 회장의 해임을 이끌어내며 주목받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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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신용철 회장, 대규모 유증까지 추진해 주주 불만
아미코젠은 지난달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용철 사내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핵심 배경은 신 회장의 자금 운용 방식에 대한 주주들의 불신이다. 아미코젠은 2022년 458억원, 2023년 20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 9월 말 기준 122억원 적자를 내며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경영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비피도 인수가 꼽힌다. 아미코젠은 2021년 비피도를 600억원에 인수했으나 지난해 8월 환인제약에 15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금의 4분의 1이 날아갔다.
이 외에도 신 회장은 개인회사 금곡벤처벨리와 모회사 테라랜드를 통해 차입한 자금 상환에도 아미코젠을 동원했다. 아미코젠이 금곡벤처벨리에 20억원을 대여하고, 아미코젠과 비피도를 활용해 금곡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부동산PF를 진행하는 테라랜드에 각 30억원을 출자한 것이다.
이에 더해 신 회장은 바이오 사업 확장을 명목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주가는 최근 5년 동안 60% 이상 하락했고, 최근 1년간도 30%가량 떨어지는 등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됐다. 2022년 9월 2만 2000원에 달했던 주가는 현재 3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며 단결했고, 결국 신 회장 해임안이 가결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미코젠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인증을 거친 2164명으로부터 아미코젠 주식 총 1963만 6353주를 모았다. 이는 지분율 35.69%로 시가총액으로는 778억 6000만원 규모다.
현대백화점그룹 소액주주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 불만
최근 들어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적극적인 주주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DI동일(001530) 주주들은 집단 행동을 통해 대주주의 자사주 매입 및 전량 소각 결정을 이끌어냈다.
앞서 이수페타시스(007660)도 지난해 11월 약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이 중 2500억원을 제이오 경영권 인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주주연대는 인수의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고,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 결과 회사는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유상증자 규모를 2500억원으로 축소해 시설 투자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자회사 중복상장 문제로 갈등 중인 오스코텍(039200) 주주들은 액트에서 현재 551만 4856주(지분율 14.42%)를 결집했고, 티웨이홀딩스(004870)와 티웨이항공(091810) 소액주주들도 각각 4.5%, 3.58%의 지분을 모아 경영진에 맞서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이 예림당(036000)으로부터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확보한 가운데 지분 40% 보유한 티웨이항공 소액주주들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거나 타 항공사와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쌓인 현대퓨처넷(126560)의 경우 주주 325명으로부터 600만 9271주를 모아 결집 지분율이 5.45%에 달한다.
상법 상 주주 3% 이상이 결집하면 회사에 임시주총 소집, 주주 제안을 할 수 있고, 이사·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열람권 등을 행사 가능하다. 10% 이상 보유 주주는 회사해산청구권을 갖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도하던 주주 행동주의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경영진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 문제가 불거질 경우 소액주주 연대는 더욱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