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000만달러 ‘호르무즈 통행료’ 내라는 트럼프, 이란의 15배

11 hours ago 4

[美-이란 휴전 사실상 와해]
트럼프 “안전 제공비용 보상 받아야”
기존 통행료 반대서 돌연 입장 바꿔 20% 부과땐 1척당 500억원 손실
일각 “종전 난항에 이란 압박 카드… 해협 의존 큰 우방 군사지원 유도”

예멘 공항에 미사일 폭격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알마시라 방송이 13일  (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 국제공항에 미사일(빨간색 원 안)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공개했다. 후티는 이날 공습 주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하고 사우디 아브하 공항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4년간 휴전 상태였던 양측의 군사 충돌이 재개될 경우 미국-이란 전쟁과 맞물려 확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나=AP 뉴시스

예멘 공항에 미사일 폭격 예멘의 친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알마시라 방송이 13일 (현지 시간) 예멘 수도 사나 국제공항에 미사일(빨간색 원 안)이 떨어져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을 공개했다. 후티는 이날 공습 주체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하고 사우디 아브하 공항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4년간 휴전 상태였던 양측의 군사 충돌이 재개될 경우 미국-이란 전쟁과 맞물려 확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나=AP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對)이란 봉쇄 재개와 함께 해협 통과 화물에 대해 그 가치의 20%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이 안전한 통항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선박에 비용을 요구하는 행위를 국제법 위반이자 사실상의 갈취 행위로 비판해 왔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강조해 온 미국이 이번에는 군사력을 앞세워 사실상의 통행료를 걷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이중 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구상은 중동 우방국들과도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적용 시점과 부과 대상, 산정 방식 등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출 또는 수입하는 우방국들로부터 결국 비용을 받아내겠단 의도를 담은 조치란 분석도 제기된다.

● 트럼프 “안전 제공 비용 보상받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Guardian)”라고 썼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지금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Guardian)”라고 썼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지칭하며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 비율로 안전 제공 비용을 보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한 절차와 체계도 “즉시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수차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요율을 제시한 건 처음이다.

그간 이란은 미국과 지난달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에도 60일간 추가 협상이 끝나면 통행료를 의무적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에 미국은 국제법상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는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해 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중동 방문 때 “국제 수로에서는 어느 나라도 통행료나 사용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했다. J D 밴스 미 부통령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랬던 미국이 돌연 고율의 통행료 징수를 예고하면서 오히려 이란에 통행료 징수 명분만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안전한 통항을 제공하는 측은 보상받아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서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다른 국가들도 향후 미국의 선례를 내세워 국제 규칙보다 군사력을 앞세운 채 전략 수로의 통제권을 주장하는 계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는 통과 자체를 이유로 의무적인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으며,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도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화물에 대한 20% 요율 적용은 비현실적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0% 요율’이 지나치게 높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유가인 배럴당 약 80달러를 기준으로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에 20%를 적용하면 약 3000만 달러(약 448억 원)의 통행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앞서 이란이 전쟁 발발 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척당 200만 달러(약 30억 원)보다 15배가량 많은 액수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한국의 수출입 규모는 약 828억5000만 달러(약 123조8100억 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면 한국의 통행료는 최대 연간 165억7000만 달러(약 24조76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20%의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한 척당 400억∼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완성된 정책이라기보단 종전 협상이 난항에 빠진 상황에서 이란을 겨냥해 던진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우방국에 비용 분담과 군사 지원 등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장기화하고, 미군의 작전 비용이 계속 늘어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이나 미군의 통항 허가 절차 등을 통해 통행료 부과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구상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안보의 유료화’ 논리가 그대로 담겼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통행료 구상에 대해 “노상강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14일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중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일명 ‘곡괭이산(Pickaxe Mountain)’으로 불리는 지하 핵시설에 대한 공습 계획도 밝혔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