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앞 유흥업소·포장마차 즐비 … 아이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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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앞 유흥업소·포장마차 즐비 … 아이들이 위험하다

입력 : 2026.05.04 17:37

유해시설에 무방비 노출
강남 논현초앞 유흥업소 밀집
녹색어머니회 차량통제 진땀
마포 염리초앞 포장마차 행렬
"하교 시간 술판 벌어져 위험"
구청에 신고해도 대책 부진
"관리감독·처벌 강도 높여야"

등굣길엔 취객, 하굣길엔 술판 서울 강남구 논현초 인근에 노래방, 술집 등이 즐비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마포구 염리초 정문 앞에서 장사를 준비하는 포장마차 상인들 모습.  조병연 기자

등굣길엔 취객, 하굣길엔 술판 서울 강남구 논현초 인근에 노래방, 술집 등이 즐비해 있다. 오른쪽 사진은 마포구 염리초 정문 앞에서 장사를 준비하는 포장마차 상인들 모습. 조병연 기자

"엄마, 저 누나는 왜 저렇게 비틀거려?"

학교 주변 유흥업소가 방치되면서 유해시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 환경을 우려하는 학부모 민원에 행정 당국이 조치에 나섰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초등학교 앞. 부모 손을 잡고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눈길이 주위 간판으로 향했다. 아침 햇살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형형색색인 간판에는 '24시간 영업'을 홍보하는 음식점과 술집 이름이 가득했다. 밤새 마신 술이 깨지 않아 비틀거리며 담배를 피우는 취객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인근 건물 2층에는 성인용품 전문점이 '리얼돌 판매' 간판을 내걸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학교 인근을 수시로 왕래하는 1t 차량에 깜짝 놀라 길을 비켜주는 일도 부지기수다. 근처 음식점들이 24시간 운영하는 탓에 식자재·주류 운반 차량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좁은 골목길을 세게 달리고 있었다. 학교 주변 모든 횡단보도에는 매일같이 녹색어머니회 학부모들이 깃발을 들고 차량통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학교 정문 앞에서 녹색어머니회 깃발을 들고 있던 한 학부모는 "학교 인근에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고, 차량이 많이 다녀 아이들에게 특히나 위험한 곳"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생활 공간 주변에 유흥시설이 밀집해 있지만, 논현초 학부모들은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논현초 학부모 A씨는 "아침에도 취객이 많아서 다른 학교보다도 녹색어머니회에서 교통 지원에 더욱 신경을 쓴다"며 "취객들이 학교 인근 공원에 들어와 흡연을 하는데, 구청에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앞에 포장마차가 즐비해 아이들 하굣길에 술판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는 포장마차 대여섯 대가 늘어서 있다. 상인들이 장사를 막 시작한 평일 오후 4시에 이미 추태를 부리기 시작한 취객을 볼 수 있었다.

염리초 인근 학부모들은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인근 주민 B씨는 "염리초 아이들은 주로 걸어서 통학하는데, 학교 앞에 취객이 비틀거리며 돌아다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염리초 인근 마포초등학교 학부모 C씨는 "염리초뿐 아니라 다른 학교 아이들도 학원 때문에 이곳으로 많이 온다"며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밤 시간에는 술판이 벌어져 장난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청 관계자는 "도로법상 도로 위 적치물이나 노점상은 불법이므로, 염리초 앞 포장마차는 영업 허가가 날 수 없는 곳"이라며 "매일같이 민원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현장에 나가서 계도를 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언북초 인근에는 한 업체가 스튜디오 대여업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성인방송을 해 문제가 됐다. 방송 출연자들이 선정적인 복장으로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초등학생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면서 학부모들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지난달 23일에는 구청·경찰·학교 관계자가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강남구청 측은 "당시 불법 요소를 확인하지 못해 흡연과 복장 관련 계도를 진행했다"며 "현재 구청과 교육지원청이 협조해서 관련 법률 개정을 교육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음주·유흥업소 풍경을 보고 배우면 이 점이 학습효과로 작용해 성인이 돼서도 유해업소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될 개연성이 높다"며 "유해 환경은 그 영향력이 더욱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 업종이 유흥업소가 아니더라도 유해업소와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점이 확인되면 강력한 관리 감독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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