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마음에 품고만 있었던 바로크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번 기회에 앨범으로 쏟아부었습니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
첼리스트 문태국(30)이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바흐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문태국은 7일 5년 만의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했다. 이를 기념하는 리사이틀을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한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 솔로를 위해 쓰인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첼로의 성서’로도 불린다.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태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첼리스트 혼자서 호흡을 끌고 가야 해서 연주를 하는 동안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며 “지난 앨범에도 모음곡 중 1번 작품을 수록했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공부하며 앨범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
문태국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음악 콩쿠르에 출전하면서다. 당시 문태국에게 콩쿠르 탈락의 아픔을 남긴 안타까운 인연의 작품이다. 문태국은 “콩쿠르 예선 곡이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의 전주곡(prelude)이었다. 연주 중간 음악이 잠깐 멈추는 부분이 있는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콩쿠르에서 떨어졌다”며 “나쁜 경험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이 속상해 한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로크 음악을 대표하는 바흐가 1717년에서 1723년 사이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총 6개의 모음곡으로 이뤄져 있다. 작곡 이후 200년 가까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 작품을 재발견한 이는 문태국이 존경하는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다. 카잘스는 13세 때 우연히 스페인 바르셀로나 헌책방에 있던 악보를 발견했고, 이후 12년간의 연구를 거쳐 무대 실연을 통해 이 작품의 위대함을 세상에 알렸다.
‘첼로의 성서’로 불리는 만큼 이를 녹음한 앨범도 수없이 많다. 문태국이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크 시대 음악의 재현이다. 그는 “‘문태국이 연주하는 바흐’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바흐 시대 연주에 가까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크레디아) |
이를 위해 문태국은 피콜로 첼로를 직접 구입해 모음곡 6번을 녹음했다. 피콜로 첼로는 일반 첼로보다 현이 하나 더 많은 5현 첼로로 보다 넓은 음역대를 들려준다. 첼로 줄도 거트현(양·염소 등 동물의 창자 장벽에서 채취한 천연섬유로 만든 줄)과 스틸현(금속으로 된 줄)을 함께 이용했고, 바로크 활로 이를 연주했다. 문태국은 바로크 시대 연주의 특징을 “다소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이 있는 소리”라고 소개했다.
바로크 음악에 도전한 이번 앨범은 문태국이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길 정도로 의미가 크다. 그는 앞으로도 바로크 음악을 위한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미국 줄리어드 음악대학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문태국은 독일 뒤셀도르프 음악대학에서 2년간 고(古)음악 대가인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의 가르침을 받을 예정이다. 문태국은 “언젠가는 ‘첼리스트’ 문태국이 아닌 ‘바로크 첼리스트’ 문태국으로 바흐를 비롯한 다양한 바로크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첼리스트 문태국 새 음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커버. (사진=워너뮤직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