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PO 이후 '대세 상승장' 꺾였는데…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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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활황기 끝자락에 이뤄진 초대형 기업공개(IPO)는 시장의 변곡점이 된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2007년 6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40억달러를 조달한 뒤 S&P500지수는 그해 10월께 역사적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스페이스X(다음달 12일)와 오픈AI(3분기), 앤스로픽(4분기) 등 초대형 IPO가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증시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 팔고 스페이스X로?…美 증시 'IPO 빅뱅'에 초긴장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기업가치 약 2조달러), 오픈AI(8520억달러), 앤스로픽(9000억달러) 등 초대형 기업 세 곳이 연내 뉴욕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개 기업을 포함해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증시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 전체 공모 금액의 네 배에 이르는 규모다.

일각에선 이들 세 기업의 IPO가 유동성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초대형 IPO로 이동해 주식시장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은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미국 패시브 투자자는 이 종목을 편입하기 위해 950억달러 규모 기술주를 매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 증시 활성화와 산업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AI와 우주산업이 본격적인 투자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신규 자금 유입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는 이들 세 기업이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미국 증시가 기존 매그니피센트7(M7)에서 우주 인프라와 AI 원천기술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장 이후 성장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비상장 테크기업 전반의 고평가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스페이스X 등 세 기업의 기술력과 장기 성장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증시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오픈AI 등 상장 앞두고 변동성 확대 우려
닷컴 버블 시기 AT&T 기업공개…당시 나스닥 고점 찍고 내리막길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 등 글로벌 기업공개(IPO) 대어(大魚)의 등장은 주식시장 지형도를 바꿔놓을 이벤트다. 세 기업의 몸값은 총 4조달러에 육박한다. 전 세계에서 이목을 끄는 기업인 만큼 시장 유동성을 흡수해 단기적으론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유동성 블랙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기업의 단기 실적보다 장기 성장성과 미래 시장 지배력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만큼 장기적으론 증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초대형 IPO 이후 폭락장 재연될까

역사적으로 모든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초대형 IPO 이후 주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선 사례가 많다. 닷컴버블이 절정에 달한 2000년 초 AT&T의 무선 사업부가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인 106억달러 규모 공모를 단행했다. 시장이 이 거대 기업의 IPO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나스닥지수는 그해 3월 역사적 고점을 찍고 장기 하강 곡선을 그렸다.

국내 증시에서는 2차전지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의 2022년 1월 상장을 전후해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 등 초대형 기업의 IPO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투자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세 기업이 목표로 하는 합산 기업가치는 최소 3조5000억달러, 최대 4조달러 규모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총 공모 금액이 최대 2000억달러에 달해 2022년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형 IPO들의 조달 금액 합계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4조달러에 육박하는 세 기업의 지분을 기관투자가가 인덱스 펀드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도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애플 등의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한다. S&P와 나스닥 등 대표 지수가 초대형 IPO를 앞두고 이들 기업을 지수에 조기 편입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앤스로픽이나 오픈AI 지분을 대량 보유해 일종의 ‘대리 투자처’ 역할을 하던 미 증시 상장 빅테크와 소프트뱅크 등은 심각한 자금 유출(자금 이동)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증시는 우려 반, 기대 반

스페이스X, 오픈AI, 앤스로픽의 상장이 주식시장이 한 단계 레벨업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닷컴 버블 당시 기업들과 달리 이들 기업은 이미 수십억달러에서 수백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어서다. 특히 앤스로픽은 기업 간 거래( B2B)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최초로 분기 흑자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스페이스X 역시 스타링크라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있다.

세 기업이 상장을 통해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기존 매그니피센트7(M7) 중심의 미국 증시 주도주가 우주산업 기업과 AI 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DB증권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1조7500억~2조달러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나스닥시장에서 브로드컴과 메타, 테슬라 등을 단숨에 제치고 엔비디아와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어 시가총액 6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윤 우리자산운용 글로벌운용2팀장은 “초대형 IPO의 실제 기술 혁신과 기업 성장이 지속적으로 확인된다면 현재 논의되는 높은 기업가치 역시 시장에서 점차 정당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는 단기 발생 이익보다 미래 성장 곡선 등을 주식시장 내 기업가치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주식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는 매크로 환경과 실적이다. 과거 블랙스톤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처럼 유동성이 축소되는 긴축기에 초대형 IPO가 맞물리면 하락 전환의 촉매가 되기 쉽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증시는 지정학적 우려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고, 기업들이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거대 테크 기업의 상장이 연착륙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배성수/전예진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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