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정치 석학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 인터뷰
모든 것 반대하는 美비토정치
강한 리더가 대안 언급되지만
권위주의 회귀는 더 큰 실수
AI가 불평등 더 심화시킬 것
美·中 '기술 군비경쟁' 가속
美 '견제와 균형' 힘 살아있어
결국 진통 견뎌내고 생존할 것
건국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에 선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위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부적 분열과 제도적 쇠퇴라는 도전을 맞고 있다"는 것이 세계적 정치 석학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시각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달 진행된 매일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미국이 보유한 민주적 제도와 법치주의가 이 사회가 거둔 성공에 매우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심화된 정치적 양극화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고, 강력한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권위주의'로의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미국이 지닌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이라는 시스템의 힘을 믿는다며 현재의 위기를 "자유민주주의가 견뎌내고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이 위기로부터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민주주의 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나.
"그렇다. 미국이 보유한 민주적 제도와 법치주의는 이 사회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있었다.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도 운이 좋았다. 미국을 위협할 큰 이웃 국가가 없었고 풍부한 자원과 넓은 영토, 좋은 기후가 있는 대륙 전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요소가 미국의 성공에 기여했다."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민주주의는 적어도 지난 20년간 쇠퇴해왔다. 이는 1990년대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가가 점차 분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의 부상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한 기존 합의를 무너뜨렸다."
-당신은 미국 정치 시스템의 문제점으로 '거부정치(Vetocracy)'를 꼽았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도 볼 수 있는 문제다.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좋은 해결책은 아니지만 권위주의 정부로 돌아가는 대안이 있다. 많은 사람은 거부정치에 대응해 입법부와 상의할 필요 없고 법원의 판단을 고려할 필요 없이 그냥 결정을 내리는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나는 이것이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대부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각종 규제와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작은 행동조차 규제하는 수백만 페이지의 규제가 있다. 이런 규제를 축소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든 위협은 실제로 내부에서 온다. 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너무 분열돼 국가적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않다면 쇠락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로마에서 아테네를 거쳐, 영국과 독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국이 쇠퇴한 이유다. 나는 문제가 정말 내부에 있다고 본다. 미국이 단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이 이 상황으로부터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미국이 장기적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결국, 예를 들어 중국 같은 나라에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선거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선거구를 재편했다.
"실제 의회에 당선되는 사람들이 국가 인구의 실제 균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1월에 투표를 하더라도 진정한 대표성을 갖춘 선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도 승자로서의 위치를 지킬 것으로 보는가.
"나는 미국 제도에 근본적 힘이 있다고 믿는다. 미국에는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있다. 미국을 더 권위주의적인 국가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어려움을 견뎌내고 살아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인공지능(AI)이라는 기술적 변화는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AI는 국가 안팎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현재 AI는 규모의 경제를 보상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과 중국만이 데이터센터와 모델을 구축할 여력이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 군비 경쟁의 중심이 될 것이다.
최첨단 모델들은 스스로를 프로그래밍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은 조금 무서운 일이다."
후쿠야마 교수
1952년생으로 코넬대 학사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을 거쳐 1992년 저서 '역사의 종말'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현재 국제 정세와 민주주의 위기를 통찰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이자 석학으로 꼽힌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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