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제 일반의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General Medicine)에 흥미로운 비교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식사 직후 30분을 걷는 것과 식후 1시간이 지나서 30분을 걷는 것의 이점을 비교한 것. 두 명의 실험 참가자는 각각 점심·저녁 식사 직후와 1시간 경과 후 30분 걷기를 한 달 동안 수행한 후 체중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식후 바로 걸은 참가자는 약 3kg, 1시간이 지나서 걸은 참가자는 약 1.5kg을 감량했다. 총 3차례의 실험을 반복했으나 결과는 매번 같았다.
연구자들은 걷기가 식사 후 포도당이 급증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에 체중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도당은 식사 후 30분~60분에 최대로 증가하기 때문에 포도당 수치가 최대치에 도달하기 전에 걷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인슐린이 분비되면 비만 호르몬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걷기 시작하는 것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0년 유럽 생리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hysiology)에 조금 더 큰 규모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에 따르면 18세~65세의 참가자 48명을 분석한 결과 아침 식사 직후 저강도에서 중간 강도의 활동(걷기 포함)은 식후 혈당 증가와 혈당 변동성을 낮추는 반면, 아침 식사 전 활동이나 아침 식사 후 꽤 시간이 지나서 한 활동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2023년 스포츠의학 저널(Journal of Sports Medicine)에도 식후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8건의 관련연구를 메타분석 한 결과 “20분 걷기와 같은 운동은 식사 후 가능한 한 빨리 수행할 때 식후 고혈당증(포도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에 곧바로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지었다. 저자들은 “식사와 운동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면 포도당 수치에 대한 ‘급성 영향’이 약해진다”라고 덧붙였다.
식사 후 바로 걷는 것이 음식을 어느 정도 소화시킨 후 걷는 것보다 체중 감량에 더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식사 후 바로 걷는 것이 혈당(포도당)과 간질액(신체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체액 층)의 포도당 수치를 모두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걷지 않으면 혈류의 과도한 포도당이 인슐린에 의해 저장되고 지방으로 저장될 수 있다”라고 스포츠·운동의학 컨설턴트 레베카 로빈슨(의사) 씨가 우먼스 헬스에 말했다.
식사 후 얼마나 오래 걸어야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조지 워싱턴 대학교 밀켄 공중보건대학원의 운동·영양과학 교수인 로레타 디페에트로 박사는 “식사 후 꾸준히 걷는 것은 칼로리 부족 상태에 가까워지게 하고, 꾸준히 유지한다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식사 후 걷기를 하면 신체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며, 이는 앉아 있거나 쉬는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게 한다”고 에브리데이 헬스에 말했다.
식후 걷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하루에 50분 동안 한 번 걷는 것과 하루에 25분씩 두 번 걷는 것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두 번의 짧은 걷기를 한 사람들이 한 번의 긴 걷기를 한 사람들보다 허리둘레가 더 줄어들고 체중 감량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빈슨 씨도 “몸이 음식을 소화하고 위경련을 피할 수 있도록 가벼운 운동 강도를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습관이 되도록 하라”며 “일주일에 3~5회 적당한 강도로 10~20분 정도 걷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우먼스 헬스에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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