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속에서부터 세상 밖으로 나와 첫 두 해까지 1000일 동안 첨가 당을 제한하면 중년기에 제2형 당뇨병 발병률이 38%, 고혈압 발병률이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연구 결과는 10월31일(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영유아 1일 당류 섭취 권장량에 따르면 5개월 미만 13.8g, 6~11개월 17.5g, 1~2세 25g이다. 이 기준을 지키면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설탕을 더 많이 섭취한 사람들과 비교해 두 질환의 발현을 각각 4년과 2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수정 후 1000일 간은 아기의 일생 중 가장 빠른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가령 성인 두뇌의 약 30%의 크기로 태어난 영아는 만 2세가 되었을 즈음 성인 두뇌의 약 80%까지 성장 한다. 이때 형성된 기초 건강에 평생 영향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생애 첫 1000일 동안, 뇌와 몸이 완전히 발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어머니가 먹는 모든 것은 태아를 위한 영양소로 전환된다”라고 미국 영양학회 대변인이자 등록 영양사인 수엘렌 앤더슨-헤인스가 과학 정보 매체 사이언스 뉴스에 말했다.
제1저자인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USC)의 경제학자인 타데야 그라츠너 박사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와 유아기에 상대적으로 설탕이 적은 환경에 있다면 수십 년 후 당뇨병과 고혈압 위험이 크게 감소하고 발병이 지연된다”고 연구 관련 성명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2차 대전 종전 후 10년간의 설탕과 과자 배급이 1953년에 종료 돼 자연스럽게 대규모 임상시험 환경이 조성된 영국의 자료를 활용했다. 배급 기간 동안 1인당 설탕 허용량은 현대 식단 지침에서 정한 수준과 비슷했지만, 제한이 해제된 직후 소비량은 하루에 약 40g에서 80g으로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사용하여 1951년 10월부터 1956년 7월 이전에 태어나 태아기와 유아기에 배급 제한을 경험한 3만8000명과 1956년 7월 이후 태어나 배급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2만2000명의 중년기 건강을 비교했다.연구결과, 설탕 배급 기간을 겪은 이들은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률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급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위험을 100으로 놨을 때 각각 62%와 79% 수준이었다. 주목할 점은 태아기 동안 설탕 배급을 경험한 경우, 출생 후 배급이 사라졌더라도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 위험이 낮았다. 이는 산모의 식이습관이 아이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라츠너 박사는 “우리 모두는 건강을 개선하고 자녀에게 인생에서 최고의 출발을 선물하고 싶어한다”며 “핵심 메시지는 첨가 당을 일찍 줄이는 것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의 키스 고드프리 교수는 “이것은 태아와 신생아의 설탕 노출을 줄이면 나중에 성인기에 당뇨병과 고혈압 위험을 낮추는 등 지속적인 이점이 있다는 설득력 있는 새로운 증거”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임신 중에 혈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한 산모의 자녀의 비만율이 낮고 소화 및 흡수가 더 느리게 이루어져 혈당 수치 상승이 느리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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