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소셜미디어 규제 논란, 韓 소셜미디어 규제는
청소년 40% ‘스마트폰 과의존’
국회, 이용 시간-연령 제한법 발의
“국내에 맞는 입법 필요” 의견도
해외에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이 길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4명꼴로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해 일상에서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조사에선 10세 미만 아동의 34.7%, 19세 미만 청소년은 36%가 ‘쇼트폼’ 영상 시청을 “본인 의지로 조절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성인이용자(2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국회에서도 올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규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8월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하루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7월 소셜미디어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은 중독성 있는 콘텐츠의 경우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고, 부모 동의가 없는 경우엔 알고리즘이 아닌 시간 순에 따라 콘텐츠를 노출하게 하자는 내용이 담겼다.국내 여론도 청소년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에 찬성하는 쪽이다. 8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세계 30개국 2만37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응답자의 약 57%가 “14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과거 ‘게임 셧다운제’처럼 유명무실한 규제가 되지 않으려면 법이나 정책 마련 과정에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도입된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할 경우 규제를 피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또 청소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결국 2022년 폐지됐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도가 높은 한국에선 이미 생활화된 기술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플랫폼 모니터링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학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도 “해외 사례를 유행처럼 따라가는 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과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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