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vs 5060세대 '노인 기준' 난상토론
6명중 4명은 연령상향 찬성
건강상태 좋아지고 수명 늘어
44년 된 노인기준 바꿔야
은퇴후 계약직 재고용 같은
일본식 모델로 소득공백 해결
무임승차 폐지는 반발 클수도
연령별 차등할인 대안 찾아야
◆ 불붙은 노인연령 상향 ◆
올해 69세인 박규희 씨는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다 은퇴한 후 사업체를 꾸린 박씨는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나이(만 65세)가 됐지만 민망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면서 "과거와 달라진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70세 이상 노인에게 우대를 해줘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세대 간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른 노인 연령 상향과 정년 연장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매일경제는 지난 10일 온라인상에서 20·30대와 50·60대 3명씩을 초청해 토론을 진행했다. 대학생, 회사원, 교사, 중소기업 대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 참가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 6명 중 4명은 노인의 기준이 되는 연령을 지금의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2명은 현행 65세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50대 교사 지희선 씨(가명)는 "1980년대 만들어진 노인 기준을 2025년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고령층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나아졌고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노인의 기준 연령도 70세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반면 벤처기업에 다니는 30대 강태현 씨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해 "50세든 60세든 언제든 건강이 악화될 수 있고 정년 보장 없이 연령을 높이기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노인의 법정 연령이 올라가면 그와 맞물려 노인들이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시기도 늦춰지게 된다. 고령 인구 증가로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 같은 우려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복지 혜택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바꾸는 방안을 포함했다. 대구시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2028년까지 70세로 높이기로 했다.
다만 노인 연령을 높이면서 '복지 공백'이 생기면 노인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단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대 회사원 김선아 씨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로 볼 때 노인 연령을 상향하는 게 맞지만 단계적으로 1~2세씩 올려가면서 전반적인 제도를 같이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예컨대 65세부터는 청소년 요금 정도를 내고 70세부터는 기존 승차 요금의 3분의 1, 75세부터는 무임으로 하는 등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씨는 "저소득층 노인은 무임승차가 폐지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개인 형편에 맞게 복지 혜택을 세심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토론자 상당수는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계속고용'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계속고용 방식을 두고선 논란이 뜨겁다. 일괄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년 후 재고용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본은 법정 정년이 60세인데 기업들이 정년을 65세로 상향하거나 65세까지 계약직으로 고용을 연장하는 방안 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생인 20대 홍진우 씨(가명)는 "정년 퇴직 후 수입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방안이 합리적인 것 같다"며 "일괄적인 정년 연장은 오히려 생산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60대 박규희 씨는 "현행 정년인 60세가 적당하다"면서 "나이 든 직원들이 나가지 않고 머물러 있다면 젊은 직원들은 뛸 공간이 줄어든다"고 했다.
최근 여야가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에 합의했지만 퇴직 후 소득 공백이 노인 빈곤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 개시 연령이 현행 63세에서 65세(1969년생 기준)로 조정되는데 정년은 60세여서 연금을 받기 전까지 5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60대 원덕환 씨는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년 후 최소 2년간은 계약직 의무고용 등 제도적 보완책을 통해 은퇴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