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심각한데 …'소득공백' 핑계로 정년연장 압박한 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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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 심각한데 …'소득공백' 핑계로 정년연장 압박한 勞

입력 : 2026.06.16 17:57

노동계 '정년 65세 연장' 촉구
정부 청년고용 주력 와중에
양대노총 정년연장 강력 요구
전문가 "연공제 그대로 두고
정년만 늘리면 청년 큰 피해"
與野, 정년연장 공론화 시동

사진설명

노동계가 '세대 간 뜨거운 감자'인 정년 연장 카드를 다시 꺼내 든 핵심 명분은 은퇴 후 연금 수령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 해소다. 정년 연장 논의가 공전을 거듭할수록 1967·1968년생 등 당장 퇴직을 앞둔 세대가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미루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며 입법화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민 정서상으로도 정년 연장이 시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국민 여론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전국 20~6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8.3%가 정년을 65세로 단계적 연장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연장 시행 방식으로는 '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의무화하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이 4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선택적 계속 고용' 37.1%, '정년 연장 완전 폐지' 9.6% 순이었다. 소득 공백 문제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95.1%는 '해결이 시급하다'고 답했고, 65.7%는 올해 안에 정년 연장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노조 간 관계가 개선된 것 역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 이재명 정부는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민주노총 출신인 김영훈 장관을 임명하면서 노동계와의 접점을 강화했다. 실제로 정년 연장뿐 아니라 노란봉투법 시행, 주 4.5일제 도입 논의 등과 같은 친노동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정부 역시 정년 연장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문제는 청년 고용난 심화와 기업 부담이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경력직·수시 채용을 하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15~29세 청년 고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가데이터처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고용률은 전년 동월보다 2.4%포인트 하락한 43.8%로 집계됐다. 하락폭은 2021년 1월 -2.9%포인트 이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재정경제부는 청년 고용 악화를 국가 경제에 중차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월 취업자 수가 감소로 전환하는 등 고용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청년 고용 상황 개선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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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청년 고용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양대 노총의 정년 연장 청구서가 다시 제출된 셈이다.

현행 고용 구조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고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2013년 정년 연장 이후 노조 교섭에서 재고용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신규 채용 시장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현대차도 숙련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는 등 대부분의 대기업 단체협약에 재고용이 포함돼 있어 청년 채용 시장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단순히 정년만 늘린 게 아니라 직무 전환·임금 조정을 함께 하고 기업에 선택권을 줬는데, 우리는 강한 연공제 구조 그대로 숫자만 올리려 한다"며 "사회적 논의 없이 밀어붙이면 결국 청년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년 연장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사람이나 기업에 좋지 않다"며 "정년이 연장되는 사람들의 생산성이 뒷받침된다면 기업이 선호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재고용이라는 방안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 후 재고용 등 고용 유연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연령만 늘리는 것은 최악의 개혁"이라며 "정년 연장으로 혜택을 보는 당사자 외에는 모두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은 정년 연장 이슈를 공론화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사정과 여당이 참여하는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차원의 정년 연장안을 준비 중이다. 특위 활동 기한이 이달 말로 정해진 만큼 이달 중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단계적 연장 외엔 결정된 게 없다. 특위에 속해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 단계적 정년 연장인 만큼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결정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정년 연장에는 동의하지만 청년 고용이나 임금체계 개편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당장 50대 말, 내년에 정년을 앞둔 사람들이 소득 공백 기간이 있는데 2~3년 단위로 1년씩 연장하는 안이 나오면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정년 연장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 정석환 기자 / 류영욱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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