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면책조항’ 인정 안 될 수도
법원 “설명 안했다면 효력 없어”
“특정조항 근거로 보험금 미지급땐
설명 의무 대상인지 확인해봐야”
보험 약관에 깨알같이 적힌 수만 개의 글자 속에서 나에게 독이 될 조항을 미리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설계사의 말 한마디를 믿고 평생 피 같은 보험료를 냅니다.
하지만 정작 보험금을 받아야 할 일이 생겨 보험사 문을 두드리면, 보험사는 기다렸다는 듯 약관 한구석에 숨겨진 ‘면책 조항’이라는 방패를 꺼내 듭니다.
이때 가입자를 보호해주는 강력한 논리가 바로 ‘명시·설명의무’입니다. 보험사가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조항은 가입자에게 써먹을 수 없다는 상식적인 원칙입니다.
관련해 최근 청년 라이더에게 선고된 항소심 판결을 소개합니다.
사건은 2022년 봄 어느 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오토바이를 몰고 도로를 달리다 진로를 변경하던 중 다른 오토바이와 충돌했습니다. 불행히도 상대는 보험조차 제대로 들지 않은 무보험자동차였고 A씨는 크게 다쳤습니다.
다행히 아버지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자녀까지 보호하는 ‘무보험차 상해’ 특약이 있었기에 A씨는 아버지가 가입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A씨가 배달 업무 중 사고를 냈으니, ‘영리 목적의 유상운송’ 중 발생한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을 들이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입니다.
실제 A씨는 사고 당일도 수십건의 배달을 소화할 정도로 치열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법원 역시 배달 업무가 일반적인 운전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보험사가 계약 당시 이 중요한 면책조항을 A씨의 아버지에게 제대로 설명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가입자가 이 조항을 이미 알고 있었다거나, 보험사가 이를 명확히 설명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약관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내용이 가입자에게 제대로 전달됐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법원은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A씨의 노동능력상실률과 향후 치료비, 과실 등을 꼼꼼히 따져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 중 보험사가 설명하지 않은 부분은 계약 내용에서 제외된다”며 “보험사는 이 부분을 주장할 수 없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사로부터 특정 조항에 근거해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통보받았다면, 그 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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