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개발자들, 강제 창업 내몰릴 것"…이준석 우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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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7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학생들과 '2030 현장 청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7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학생들과 '2030 현장 청취'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개발자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오랫동안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입코딩' 수준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30년간 대한민국 IT(정보기술) 산업을 떠받쳐온 개발자 수급 구조가 무너지는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AI(인공지능) 산업의 고속 발전이 열어준 기회의 문 이면에 놓인 청년 세대의 불안한 고용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대선이 끝나고 한 달쯤, 소위 '바이브 코딩'이라는 트렌드에 몰입해 살아봤다"며 "국회의원이 무슨 코딩이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이 AI를 직접 탐구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건 오히려 당연한 일 아니겠냐"고 했다.

이 의원은 "그 사이 이재명 정부 초기의 여러 이슈도 있었지만, 정작 제 관심은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닥쳐올 텐데, 대한민국은 그 흐름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머물러 있었다"며 "Cursor(커서), Claude Code(클로드 코드), Gemini(제미나이) CLI 이런 도구들을 즐기면서 다뤄보는 토큰값만 1000달러는 썼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는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도는데 다시 개발 환경 짜고 IDE(통합 개발 환경)를 열고 기술 스택을 업데이트하기 귀찮았던 40~50대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오랫동안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를 '입코딩' 수준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30년간 대한민국 IT산업을 떠받쳐온 개발자 수급 구조가 무너지는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LG가 지난 4월 개최한 해커톤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한경DB

LG가 지난 4월 개최한 해커톤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를 꿈꾸는 청년들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한경DB

"판교, 테헤란로, 가산디지털단지의 기존 종사자들은 당장은 큰 변화 없이도 버티겠지만, 이제 막 산업에 진입하려는 청년 세대에게는 상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게 최근 AI 기술 수준을 체감해본 이 의원이 우려를 제기하는 지점이다. 이 의원은 "제 개인에게는 기술적 만족감이 컸던 한 달이었지만, 정치인으로서 돌아보면 오히려 더 많은 걱정을 안게 되는 한 달이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선 기간 정말 많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만났다. 각자 처지에 따라 기대하는 초봉 수준이 있었고, 그 기대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도 충분히 있었다"면서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앞으로 그런 양질의 일자리가 수요만큼 만들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선 저 자신도 날이 갈수록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갓 취업을 준비하던 세대는, '취업'이 아니라 '창업'으로 방향을 틀게 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창업이라는 것도 충분히 준비된 도전이라기보단 한 달 단위로 프로토타입 만들어 올리고, 어딘가에서 '터지기'를 기다리는 '기우제식 창업'의 양상으로 흘러갈까 걱정"이라며 "그게 자율적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내몰리는 흐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이나 언론 곳곳에서 '사람이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뭐 뭐 뭐가 있어'라고 하는 흔한 이야기나, '코딩이 다가 아니야' 같은 멋들어진 이야기는 많이 올라오지만, 그마저도 일부 상위 10% 정도 인력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며 "이번 달 제가 바이브 코딩을 하며 쓴 토큰값 1000달러는 많다면 많지만, 대학생들이 말하던 '꼭 받고 싶은 초봉 수준의 월급'에 비하면 결코 큰 금액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의원이 경험해보고 놀랐다는 '바이브 코딩'은 사람이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방식이다.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컴퓨터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를 연다는 점에서 테크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바이브 코딩은 구체적으로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올 2월 소셜미디어에서 만든 신조어다. 느낌을 의미하는 바이브(vibe)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인 코딩(coding)을 합친 것이다. 복잡한 코드를 입력할 필요 없이 '느낌 가는 대로' 지시하고, 실행해 보고, 수정해 주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이브 코딩을 지원하는 AI 도구가 여럿 나와 있다. 커서, 윈드서프, 리버블, 볼트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분식집들의 위치를 표시하고, 영업시간 정보를 넣어서 앱을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인터넷 정보를 수집해 분식집 소개 앱을 제작해 준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빅테크도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오픈AI는 '코덱스', 앤스로픽은 '클로드 코드', 마이크로소프트는 '깃허브 코파일럿', 구글은 '제미나이 CLI'라는 이름의 AI 코딩 도구를 잇달아 내놨다.

테크업계는 바이브 코딩이 개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작업에 들이는 시간을 아껴 창의적인 구상에 몰두할 수 있어서다. 코드 작성 능력을 넘어 기획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이 의원의 우려처럼 개발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용정보 업체 인디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는 2020년 1월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게리 탄 와이콤비네이터 CEO는 "예전에는 개발자 100명이 필요하던 일이 10명만으로 가능해졌다"며 "10명 이하 직원으로 연 100만~1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임현우/홍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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