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너의 결혼식’
첫사랑의 설렘 그리고 성장
10년간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 대해 알아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을 풋풋하게 그렸다. 박보영 김영광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2018년)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영화의 큰 틀을 유지하고 주요 대사를 사용하면서도 일부 작은 장치나 상황을 무대에 맞게 바꿨다. 영화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배우들은 맡은 역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우연의 친구 옥근남, 구공자, 최수표는 우연이 승희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들 역시 사랑으로 가슴앓이하는 청춘이다. 여자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을 몰라 끙끙거리고 분위기를 깨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떤 사람을 첫 눈에 알아보거나, 알던 사람이 달리 보이는데 걸리는 시간 3초를 노래하는 넘버를 비롯해 발랄하고 때론 묵직한 넘버는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다.
우연은 승희와 연인이 되기 어려운 상황에 자꾸 처하자 사랑은 결국 타이밍이라는 걸 깨닫는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론 단단한 관계로 맺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은 공감을 자아낸다.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내달리던 풋풋한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 황우연 역은 김인성 노윤 홍주찬이, 환승희 역은 강혜인 이봄소리 유소리가 각각 맡았다. 옥근남은 이종석 박준형이, 구공자는 조현우 남민우가 연기한다. 최수표 역은 성재 최반석이 맡았다. 윤근 역에는 박세훈 노현창이, 은영 역에는 이미주 방가희가 발탁됐다.6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
5만5000∼8만8000원.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
뮤지컬 ‘긴긴밤’
생명과 보살핌에 대한 아름다운 수채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노든이 처음 기억하는 건 코끼리 고아원이다. 자신이 코뿔소라는 걸 알게 된 후 세상으로 나아간 노든은 다른 코뿔소를 만나 가족을 이루지만 행복한 시간은 찰나였다. 인간에 의해 가족을 잃은 노든은 파라다이스 동물원으로 오게 된다.
복수만 생각하는 노든은 동물원에서 태어난 코뿔소 앙가부와 이야기하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한데 뿔 사냥꾼들에게 앙가부마저 목숨을 잃는다. 전쟁이 터지고 동물원이 불바다가 되자 노든은 길을 나서고, 알을 소중하게 품는 펭귄 치쿠를 만난다. 치쿠가 알을 품게 된 건 펭귄 윔보 때문이다. 치쿠의 단짝 윔보는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품었지만 폭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굶주림과 더위에도 알을 포기하지 않던 치쿠마저 눈을 감는다. 슬픔 속에 앞발로 알을 감싸고 있던 노든은 알을 깨고 나온 펭귄을 키우며 바다로 향한다.
베스트셀러인 루리 작가의 동명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된 후 올해 두 번째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원작이 지닌 힘과 아름다움을 무대에서 빼어나게 구현했다. 서로 보듬어가며 생명을 키워내고 소중한 이들을 기억하는 방식을 통해 늘 함께 하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펭귄이 있어야 할 곳은 바다이기에, 어린 펭귄을 마침내 바다로 떠나보내는 노든. 받은 걸 남김없이 쏟아내 다른 생명을 지키는 이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는 게 뭔지 묻는 어린 펭귄에게 “살아가는 건 그렇게 걸어가는 것”이라는 노든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자신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보내는 응원 같기도 하다. 고통스러운 긴긴밤을 견딜 수 있는 건 반짝이는 순간이, 마음을 나눈 이들이, 곁에 혹은 기억 속에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접어들면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다. 단체 관람을 와 극 초반에 장난치던 앳된 얼굴의 남학생들은 차츰 조용해지더니 훌쩍이기 시작했고, 객석의 불이 켜진 후에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노든 역은 홍우진 김다흰 강정우 이형훈이, 어린 펭귄 역은 연지현 이정화 설가은 최은영이 맡았다. 앙가부·윔보는 박근식 윤철주가 연기한다. 치쿠 역에는 유동훈 이규학이 발탁됐다. 5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 5만5000∼6만6000원. 7세 이상 관람 가능.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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